남편은 바흐를, 부인은 베토벤을 끝냈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7.16 03:06

강충모씨 건반 음악 전곡(全曲) 연주 이혜전씨도 22일 소나타 마침표

부부는 전곡(全曲) 연주마저 닮는다. 피아니스트 이혜전 교수(숙명여대)가 지난 4년간 달려온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회에 마침표를 찍는다. 지난 2005년부터 9차례에 걸쳐 열었던 시리즈의 마지막 공연으로, 베토벤의 소나타 30~32번 등 최후의 3곡을 한 무대에 펼쳐놓는다.

남편 강충모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역시 지난 1999~2003년 바흐 건반 음악 전곡을 연주했다. 바흐의 건반 음악이 '피아노의 구약 성서'로 비유된다면, 베토벤의 이 소나타들은 '신약 성서'로 불린다. 남편이 '구약'을, 아내는 '신약'을 각각 나눠서 완독(完讀)한 셈이다.

부부 피아니스트인 강충모 교수〈왼쪽〉와 이혜전 교수.

이 교수는 2004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10곡)을 동료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홍종화씨와 완주한 뒤, 곧바로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여정에 나섰다. 바흐를 먼저 연주한 남편이 큰 자극이 됐다. "같이 이중주를 하더라도 너무 '꿀리면' 곤란하잖아요(웃음)."

부부이지만 남편이 미리미리 연주를 준비한다면, 아내는 막판에 몰아치는 편이다. "곁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물끄러미 '그래서 어떻게 할래?'라고 한마디 하죠. 그러면 담이 결린 것처럼 부담스러우면서도 정신이 바짝 들어요." 전곡 연주의 '선행 주자'인 남편의 잔소리가 쓰지만 든든한 보약이 된 셈이다.

이혜전 교수는 "베토벤의 소나타 1번은 불안정한 바단조의 '도(do)' 음으로 출발하고, 마지막 소나타 32번은 가장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다장조의 으뜸음 '도'로 끝난다"며 "우리의 삶이 그런 것처럼, 연주도 그렇게 무사히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혜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시리즈 최종회, 2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02)3436-5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