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축제가 있는 휴가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7.16 03:07 | 수정 : 2009.07.16 08:49

밀양 연극축제, 거창 국제연극제, 춘천 인형극제… 공연 골라 보고 관광도 하고

달력만 봐도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7월 중순이다. '바캉스(vacances)'라는 말의 어원처럼 몸을 비울 준비는 되셨는지. 휴가지에서 금방 따분해지는 사람이라면 '피서지 옆 축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경남 밀양은 연극 도시가 되고, 경남 거창의 수승대 관광지에는 숲 속 공연장들이 일어선다. 강원도에는 춘천인형극제가 있다.

화제작이 모이는 곳―밀양

밀양시 부북면 가산리의 밀양연극촌(옛 월산초등학교)은 인구 11만의 소도시 밀양을 여름 한철 번쩍 들어올린다. 아이들이 떠난 폐교에서 펼쳐지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www.stt1986.com) 때문이다. 규모는 작아도 수준작들로 속을 꽉 채운 축제다.

23일 개막하는 올해 축제는 특히 '셰익스피어 난장'에 눈길이 간다. 일본 극단 구나우카의 《오셀로》, 2008 대한민국연극제 대상의 《리어왕》, 박근형 연출의 《햄릿》, 양정웅 연출의 《십이야》 등 지난 한 해 주목받은 셰익스피어 연극들이 대거 호출됐다. "이렇게 알찬 셰익스피어 축제는 서울에서도 보기 어렵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이 밖에 완결편으로 공개되는 뮤지컬 《이순신》, 손숙 주연의 《어머니》, 밀양을 소재로 한 가극 《약산 아리랑》 등이 올해 메뉴에 올랐다.

KTX로 서울을 떠나 축제에 풍덩 몸을 밀어넣는 데 3시간이면 충분하다. 한여름에도 고드름이 어는 얼음골, 일연이 삼국유사를 탈고했다는 표충사, 부곡온천 등이 가깝다. (055)355-2308

경남 거창의 수승대 일대에서 열리는 거창국제연극제 중 무지개극장 앞 풍경. 한쪽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공연을 볼 수 있다./거창국제연극제

물과 숲이 객석―거창

퇴계 이황이 풍광을 보고 근심을 잊었다는 수승대는 '거창국제연극제'(www.kift.or.kr )의 자랑이다. 올해 21회째인 이 축제는 물과 숲, 밤하늘의 별빛까지 재료로 쓴다. 수승대 주변에 세운 8개의 야외무대 중 무지개극장은 찬 계곡물이 객석이다. 물에 몸 담그고 무료 공연을 보는 재미가 그만이다. 서원(書院) 안에 지은 돌담극장도 운치가 있다. 24일 개막하는 축제는 8월 9일까지 9개국 46개 단체의 공연이 낮밤으로 이어진다. 댄스 코미디 《브레이크 아웃》, 가족 연극 《완득이》, 악극 《사랑 장터》, 일제시대가 배경인 연극 《경성에 딴스홀을 허하라》 등이 초청됐다.

지난해 관광객을 포함한 축제 방문객은 17만명. 거창국제연극제 사무국은 "낮에는 물놀이나 관광을 하고, 밤에는 공연을 볼 수 있는 자연 속 축제"라고 했다. 거창은 덕유산·지리산·가야산에 둘러싸여 있고 해인사·월성계곡 등이 가깝다. (055)943-4152~3

인형극은 춘천

아이들과 함께 인형극을 보려면 8월 11~16일 '춘천인형극제'(www.cocobau.com )로 갈 일이다.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다. 이번 축제에는 빨간 기관차로 판타지를 만드는 호주 인형극 《올 어보드(All Aboard)》를 비롯해 6개국 53편이 춘천인형극장과 봄내극장 등에서 공연된다. 소양강댐과 청평사를 도는 산행, 강원도립화목원, 남이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033)242-8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