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7.16 03:07
드림걸스 'I'm telling you …'
농(弄)으로 '코스프레 뮤지컬'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때가 있다. 최근 공연된 뮤지컬 《삼총사》의 경우가 그렇다. '코스프레'는 '코스튬 플레이'에서 온 일본식 조어(造語)로 만화나 게임 캐릭터 또는 스타의 복장과 머리 모양, 분장을 흉내 내며 논다는 뜻이다. 아무리 사람들의 신체 조건이 서구화되고 있다 해도 깃털 달린 모자, 불룩한 소매의 원색 의상, 펜싱 칼 등의 고전 복식을 갖추고 "이보게, 달타냥!" "왜 그러나 아라미스!" 하는 모습은 코믹한 놀이적 요소가 있지 않은가. 이 분야의 최고봉은 역시 얼굴 큰 여성의 곱창 가발(물론 금발)과 파란 눈화장일진대 무대에서 자취를 감춰가는 것 같아 아쉽다.
귤이 회수(淮水)를 넘으면 탱자가 됨을 인정하고 이런 코믹함을 장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심하는 과정은 번안 공연물이 지고 가는 숙명이다. LED 패널로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뮤지컬 《드림걸스》 역시 고민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관람 내내 이 공연의 코스프레적 요소는 과연 성공적인가 반문해야 했다. 노래가 흐를 때마다 '흑인의 목소리로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막을 수 없었다.
귤이 회수(淮水)를 넘으면 탱자가 됨을 인정하고 이런 코믹함을 장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심하는 과정은 번안 공연물이 지고 가는 숙명이다. LED 패널로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뮤지컬 《드림걸스》 역시 고민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관람 내내 이 공연의 코스프레적 요소는 과연 성공적인가 반문해야 했다. 노래가 흐를 때마다 '흑인의 목소리로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막을 수 없었다.
《드림걸스》의 노래 중 우리나라에서는 비욘세 버전 〈리슨(Listen)〉이 가장 인지도가 있지만 실은 〈I'm telling you I'm not going〉이야말로 1982년 브로드웨이에서 제니퍼 홀리데이의 퍼포먼스(유튜브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로 전설이 된 곡이다. 못난 외모에 비호감 성격, 하지만 엄청난 재능을 가진 거대한 흑인 여성 에피가 "당신은 날 사랑할 것이다/ 당신은 내가 만날 최고의 남자다/ 난 절대로 떠날 수 없다~"며 용암처럼 토해내는 절규에 나의 가장 못나고 서글픈 면이 감정이입되면서 그녀를 이해하고 연민하게끔 만든다.
그런데 이 곡이 한국 무대에서 전혀 짜릿하지 않았던 건 무슨 까닭일까. 에피가 너무 예뻐서? 흑인이 아니라? 영어 노래의 맛을 살릴 수 없는 한국어의 한계 때문에? 아니면 혹시 어떤 귤은 귤 이외의 다른 어떤 맛으로는 바뀔 수 없어서? 판소리를 스와힐리어로 공연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8월 9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