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 "내 모든 걸 보여줄 것" 밤 잊은 작업실

  • 손정미 기자
  • 이지현 인턴기자·하버드대 영어영문학 4년

입력 : 2009.07.14 03:30

축제 보름 앞… 참가 작가들 막바지 구슬땀

오는 29일 개막하는 대학생·청년 작가들의 미술축제 《2009 아시아프(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를 앞두고 참가 작가들이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작가 대부분이 《2009 아시아프》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을 관람객과 미술계 인사들에게 선보이기 때문에 자세와 각오가 대단하다.

지난 10일 오후 홍익대 문헌관 8층 판화과 작업실. 《2009 아시아프》에 참가하는 이 대학 판화과 4학년 김은영·전선하·이언정·손모아씨와 3학년 전소향씨가 찜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실에 모여들었다. 다섯명 모두 올해 처음 아시아프에 참가하는 작가들로, 작년 옛 서울역사에서 진행된 아시아프를 보고 1년 가까이 준비해왔다.

김은영씨는 방학 동안 학원 아르바이트 외의 나머지 시간은 모두 아시아프 준비에 열정을 쏟고 있다. 김씨는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공모전에 당선되는 것과는 달리 작가로서 또 다른 인정을 받는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올해는 꼭 아시아프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9 아시아프》참가 작가로 선정된 홍익대 판화과 학생들이 막바지 마무리 작업에 땀을 쏟고 있다. 왼쪽부터 김은영·전선하·이언정·손모아·전소향씨./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이언정씨는 친구들로부터 '괴물'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아시아프를 준비하는 작업시간이 많다. 수원에 사는 손모아씨는 집과 학교를 오가는 데만 하루 4시간씩 걸리지만 주말도 없이 작업실에 나와 출품작을 마무리하고 있다. 전소향씨는 "선배들로부터 아시아프가 '너의 작업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좋은 기회'라고 들었다"면서 "다른 대학 친구들이 아시아프에 참가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대단한 행사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하루 서너 시간만 자고 작업한다는 전선하씨는 "판화 작업을 완벽하게 진행해서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작가들은 아시아프에 참가하는 과정을 통해 학교생활에서는 맛보기 힘든 생생한 체험을 얻고 있다. 김씨는 "아시아프에 참가하기 위해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다작(多作)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면서 "내 색깔을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소향씨는 "지금까지 내 작품에 대해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설명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 작품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확신은 없지만 아시아프 참가 작가로 선정된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2009 아시아프》에 참가하는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과 마음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강희씨(서울대 동양화과 4년)는 매일 학교에 나와 6~8시간씩 작업을 하고 있다. 이씨는 "그림 그리는 방법이나 구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면서 나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제성씨(국민대 미술학부 2년)는 아시아프 응모 마감 직전 새벽까지 작업하다 손을 다쳤지만 붕대를 감고 포트폴리오를 끝까지 작성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오씨는 "미래를 불안하게 보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실험적인 주제를 다룰 수 있게 해준다"면서 아시아프가 젊은 작가에게 소중한 장을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석경씨(28)는 홍익대 근처에 작업실을 마련해 출근부까지 작성해 매일 작업하고 있다. 한씨는 "아시아프를 준비하면서 동양화 기법과 서양화 기법을 같이 써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며 "작업에 매진할 수 있는 계기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소발씨(홍익대 동양화과 4년)는 "'너는 좋은 작가가 될 것 같아'라며 그림을 사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