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한폭탄 같은 사춘기 갈등 기대만큼 큰 폭발은 없었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7.07 03:18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천장에서 내려온 밧줄들을 바닥에 걸자 무대의 한 조각(2×2㎡)이 번쩍 들어 올려진다. 그 순간 하강하는 백열등들이 지상 60㎝에 있는 남녀 주인공 멜키어(김무열)와 벤들라(김유영)를 어루만진다. "어디에 있든 네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라고 멜키어가 고백할 때 삽입곡 〈아이 빌리브(I Believe)〉가 흘러나온다. "햇살 같은 용서/ 천국 같은 사랑…." 멜키어와 벤들라는 떨리는 몸을 포갠다. 둘의 알몸이 노출될 때 암전(暗轉).

2007년 토니상 작품상 수상작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이 지난 4일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됐다. 19세기 독일 청교도 학교를 배경으로 10대의 호기심과 불안, 기성세대의 권위의식을 충돌시키는 이 뮤지컬은 21세기 한국에도 통했다. 학업·섹스·자살·동성애 같은 사춘기의 고민과 방황은 그대로이고, 도발적인 노랫말과 격렬한 춤이 새 에너지원이 됐다. 그러나 폭발해야 할 대목에서 좀체 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약점을 노출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교실에서도 이렇게 파격적인 장면을 빚어낸다.‘ 멜키어’김무열(가운데)의 내면 풍경이다./해븐 제공

막이 열리면 벤들라가 속옷 차림으로 노래한다. "눈을 떴을 땐 엄만 날 낳아/ 슬픔의 문 앞에 버려두었어~"로 시작되는 〈마마 후 보어 미(Mama Who Bore Me)〉로, 그녀의 임신을 예고한다. 이어지는 교실 장면에서 의자에 앉아 억눌렸던 학생들은 나중에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아, 엿 같은 인생~"을 합창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이렇듯 '흡입→압축→폭발→배기'의 사이클로 굴러가는 뮤지컬이다.

무대는 이렇다 할 장면전환 없이 다 노출돼 있다. 정면에 라이브 밴드가, 좌우 양쪽에는 배우들과 관객들이 섞여 앉는다.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인생의 한때(사춘기)에 집중하는 이 뮤지컬에서 배우는 관객이 되는 순간을, 관객은 배우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셈이다. 사랑을 나눈 장소가 무덤이 되는 등 창의적인 공간 연출이 아름다웠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그러나 배우들의 가창력이 부족해 아쉬울 때가 많았다. 음량이 귀에 꽉 차지 않았고 감정을 뭉치는 힘이 달렸다. 멜로디와 가사(歌詞) 사이에 갭(gap·틈)이 생기는 것도 문제였다. 동성애 장면은 문화적 맥락의 차이 때문인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와는 달리 가벼운 코미디로 스쳐 지나갔다.

비주얼이 빼어난 김무열은 연기에 여유가 생겼지만 노래할 때면 그 매력이 반감됐다. 중성적인 이미지의 김유영은 눈빛이 좋은 배우였다. 하지만 1막부터 이 드라마의 끝을 알고 연기한다는 느낌을 줄 필요는 없었다. 가장 돋보인 건 밀도 높은 연기와 노래로 관객을 집중시킨 조정석(모리츠)이었고 배우들의 앙상블도 매끄러웠다.

▶내년 1월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744-4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