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7.03 03:11
소설가 최인훈씨… "70년에 쓴 첫 희곡,
명동극장에 다시 올리니 감회 깊어"
"옛 이야기인 온달 설화를 처음 읽었을 때 평강 공주에게서 '현대성'을 느꼈다. 신분은 공주인데 자기 주장이 아주 강했다. 이질적인 것의 공존, 그 재미를 희곡으로 옮겼다."
최인훈(73)은 유명 소설가들 중 희곡을 가장 많이 쓴 작가다. 연극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공연(10~26일 명동예술극장)을 앞두고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34년 만에 복원돼 재개관한 명동예술극장에서 1970년 내가 처음 쓴 희곡을 올린다니 기분 좋다"며 "오랜만에 연습을 봤는데 다 아는 것, 심지어 내가 쓴 것임에도 문학청년처럼 온몸이 떨렸다"고 말했다.
올해 등단 50년을 맞은 최인훈은 소설 '광장'으로 기억되는 작가다. 4·19가 일어난 1960년에 발표된 '광장'은 지금도 많이 읽히는 작품이다. 최인훈은 "소설로 출발해 희곡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소설로 돌아왔다"고 했다. 새벽 2~3시까지 책 읽는 습관은 그대로다.
연극계에서 '극작가 최인훈'이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연극제에 초청된 '한스와 그레텔', 오는 12월 국립극단이 올릴 '둥둥 낙랑둥', 이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등 그의 문학적 희곡들이 큰 무대로 불려 나오는 것이다. 최인훈은 "세 작품 다 대중적이고 로맨틱한 이야기들이다. 축제 같아 나도 들뜬다"고 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1970년 명동국립극장(현재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돼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차지했다. "자꾸 울면 바보 온달에게 시집 보내겠다"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하며 자란 평강 공주가 고구려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피신하던 중 온달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굴러간다. 설화와 달리 희곡에서는 평강도 죽는다. 최인훈은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평강과 온달은 왕족과 천민으로 태어나고도 부부로 수평적 관계를 맺지만 그마저도 비극으로 끝난다"며 "어쩌면 1960~70년대의 많은 죽음들에서 무의식적으로 영향받은 것 같다"고 했다.
"옛날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적인 재해석이 필요하다."
최인훈은 표현을 증폭시켜주는 개방성, 형식 자체의 양식화 등이 소설과 다른 희곡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설보다 낭비가 적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그 압축·상징에서 벗어나 소설의 긴 이야기로 돌아왔기 때문에 더 이상 희곡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에는 박정자·정동환·서주희·김수현 등이 출연하고 한태숙이 연출한다. 온달의 엄마 역은 39년 전 초연과 똑같이 박정자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