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무형문화재, 무료로 보고 듣는다

  • 김진명 기자

입력 : 2009.07.02 04:07

닥종이인형·염색티셔츠 짚풀 인형 만들기 체험…
동해안별신굿·봉산탈춤 판소리 적벽가 등 공연

쪽물 든 모시와 명주의 서로 다른 푸른 빛, 올 고운 백모시의 우아한 아름다움…. 무형문화재의 익숙한 듯 낯선 아름다움에 취해볼 기회가 활짝 열렸다. 문화재청 산하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여름을 맞아 준비한 공연·전시와 체험행사가 다채롭다. 돈 드는 일도 아니면서, 아이들에게 조상의 얼과 솜씨를 느끼게 해주기엔 안성맞춤이다. 문화재야말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고스란히 맞아떨어지므로, 미리 좀 공부하고 가는 것도 좋겠다.

체험행사 가득한 '여름이야기'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마련한 여름 공연·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이야기가 있는 무형문화재―여름이야기'다. 한여름 작렬하는 태양과 불쾌한 습기를 대나무나 모시풀 같은 자연소재로 이겨낸 선조의 지혜가 담겨있는 전시회다. 강남구 삼성동 서울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2층 상설전시장에서 지난달 18일 시작돼 9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금요일은 오후 8시) 무료 관람 가능하고, 전시 물품이 아주 많진 않아 짬을 내서 둘러보기 알맞다.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중요무형문화재는 염장·채상장·한산모시짜기·염색장·갓일·소목장의 6가지다. 염장(簾匠)은 여름철 햇볕을 막아주는 '발' 만드는 장인을 뜻하고, 채상장(彩箱匠)은 대나무 껍질을 얇게 떠낸 뒤 그걸 기하학적으로 엮어 상자 모양의 용기를 만드는 장인이다. 한산모시짜기는 충남 서천군 한산의 모시풀로 '밥그릇 하나에 한 필이 다 들어간다'고 할 만큼 가늘고 고운 모시를 짜내는 것이고, 염색장(染色匠)은 치자·홍화(잇꽃)·쪽·꼭두서니·지치 같은 천연염료로 옷감을 물들이는 장인이다. 갓일은 말총과 대나무로 갓을 만드는 것, 소목장(小木匠)은 창호·경대·책상·장롱·문갑 같은 목가구를 주로 만드는 일종의 목수다.

종로구 인사동 서호갤러리에서 14일까지 열릴‘2009 중요무형문화재 초대전’에 출품된 1.소반‘해주반’, 2.장도‘금은장 매조문갖은을자도’, 3.옻칠한‘효제문삼 층농’, 4.담뱃대‘백동연죽’./한국문화재보호재단 제공

'여름이야기' 전시장 안엔 전통문화 체험장도 있어, 여름방학맞이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27~29일 오전 10시쯤 이곳을 찾으면 '닥종이 인형 만들기'에 참가해 볼 수 있고 8월 3~5일엔'민화그리기', 8월 10~12일엔'염색티셔츠 만들기'를 해볼 수 있다. 주말 프로그램도 있어 18·19·25·26일엔 '대나무 피리 만들기', 8월 1·2·8·9일엔 '물총 만들기', 8월 16·22·23·30일엔 '짚풀 인형 만들기'가 가능하다. 체험비는 모두 5000원인데 정원이 제한돼 있어 오는 8일부터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홈페이지(www.chf.or.kr )에서 신청서를 다운로드해 작성한 뒤 메일(2008chf@naver.com )로 발송하면 된다. (02)3011-2176

전통미학 넘치는'무형문화재 초대전'

장도·담뱃대·소반·옻칠의 미학을 새롭게 느껴볼 전시회도 1일 열렸다. 종로구 인사동 서호갤러리에서 14일까지 계속될 '2009 중요무형문화재초대전―우리 공예품의 멋과 쓰임새' 전시회로, 오전 10시~오후 7시 언제든지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장도장(粧刀匠)·백동연죽장(白銅煙竹匠)·소반장(小盤匠)·칠장(漆匠) 보유자들의 작품 75점이 출품됐는데, 조상들이 일상적으로 썼던 생활용품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에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이색적이기까지 하다.

항상 몸에 지니던 작은 칼인 장도는 호신용이면서 장신구 성격이 짙어서 호사스럽다. 은빛 칼과 칼집에 금빛 매화와 새를 그려넣은 '금은장매조문갖은을자도'는 눈이 부실 지경이고, 대나무 자루에 섬세한 무늬가 얽힌 '낙죽장도'는 꼿꼿하고 힘차다. 황동에 니켈을 합금한 백동으로 만든 담뱃대에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데, 백동과 오죽(烏竹)이 어우러진 '오죽상감죽담뱃대'가 인상 깊다. 검은빛과 붉은빛이 대비되는 '대궐반'과 문양이 섬세하고 기품 있는 '해주반'은 어디까지나 소박할 것만 같은 소반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고, 은은하면서도 영롱한 기운이 표면에 감도는 '구갑문소반'과 '주칠함'은 현대적이란 생각이 들 만큼 세련됐다. (02)3011-2163

무더위 씻어주는 '풍류한마당'

정적인 전시회가 지루하게 느껴질까 걱정이라면,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지는 공연 무대도 마련돼 있다. 7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30분에 삼성동 서울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민속극장에서 열릴 전통예술공연 '풍류한마당'이다. 관람료를 따로 받지 않아 미리 전화로 예약만 하면 중요무형문화재 공연을 공짜로 즐길 절호의 기회다. (02)3011-2178

3일 저녁 첫 무대에 오를 공연은 '동해안별신굿'이다. 강원도~부산에 이르는 동해안 지역에서 마을의 풍요와 어민의 안전, 풍어(豊漁)를 기원하며 벌이던 마을굿으로, 이번 공연에서도 일반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굿을 펼칠 예정이다. 10일 저녁엔 '판소리 적벽가'가 막을 올린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중 적벽대전 부분을 판소리로 엮은 것으로, 판소리 12마당 중 현존하는 5마당 가운데 가장 힘이 있다는 평가를 듣곤 한다. 17일 저녁엔 서민의 가난한 삶과 양반·파계승에 대한 풍자, 일부다처제의 횡포 등을 담고 있는 황해도 '봉산탈춤'이 공연된다. 활달한 춤과 거침없는 대사가 매력적이다. 탈은 모두 27개 쓰이는데 대부분이 요철이 심한 비사실형(非寫實型)이란다. 24일엔 대금산조 '시나위 더늠 젓대소리'를 통해 국악 향연을 즐길 수 있고, 31일엔 호남 우도 농악을 대표하는 '이리농악'이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