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7.02 05:29
음악 명문가 출신 피아니스트 조너선 비스 첫 내한공연

할머니는 미국 작곡가 사무엘 바버(Barber)의 첼로 협주곡을 헌정받은 명(名)첼리스트, 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어머니는 미국 정상급 바이올린 스승…. 이쯤이면 천혜의 음악 환경이다.
9일 첫 내한 독주회를 갖는 미국의 피아니스트 조너선 비스(Biss·28)는 전화 인터뷰에서 "태어날 때부터 줄곧 음악에 둘러싸여 자랐다는 점에서, 음악은 나에게 언어나 공기와 같았다"고 말했다. 집안에 현악 연주자가 즐비했지만, 정작 비스가 6세 때부터 배운 악기는 피아노였다. "세 살 위의 형이나 나는 바이올린보다는 피아노를 치고 싶어했어요. 무심결에 형을 따라갔지만 가족들과의 비교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명한 선택이 됐죠."
비스는 커티스 음악원에서 레온 플라이셔(Fleisher)를 사사하면서 피아니스트로서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플라이셔는 오른손에 생긴 근육 긴장성 장애로 30년간 왼손으로만 연주하다가 1996년 양손 연주를 재개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제다이 기사를 길러낸 '오비완 케노비'라는 플라이셔의 별명이 일러주듯 빼어난 교육자로도 유명하다. 비스는 "악보가 단순히 음표의 건조한 나열이 아니라, 연주자에게 무한한 자유와 상상력을 열어주며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는 텍스트라는 걸 선생님에게 배웠다"고 했다.
비스는 명문 음반사 EMI를 통해 4장의 독집을 발표한 피아니스트이지만,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www.jonathanbiss.com)에다 연주장으로 가는 도중 만난 운전사와의 대화부터 작품에 대한 단상까지 자유롭게 올리는 블로거(blogger)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넷은 음악 애호가와 연주자를 가깝게 해주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했다. 모차르트·베토벤·슈만 못지않게 바르토크·야나체크·쇤베르크 등 20세기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도 유명한 그는 "내게 '고전이냐, 현대음악이냐'라는 구분은 없다. 오로지 '좋은 음악이냐, 아니냐'라는 구분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조너선 비스 피아노 독주회, 7월 9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02)6303-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