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6.25 03:15
연극 '하얀 앵두'
연극 《하얀 앵두》(배삼식 작·김동현 연출)는 둥글다. 이야기는 인물과 인물 간의 정면 충돌, 균열과 결핍이 뇌관이 돼 연쇄 폭발한다. 그런데 무대는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의 마당이다. 직선적이었던 갈등들은 억만 겁 시간 앞에서 초라하게 구부러진다. 시간의 힘으로 단단하게 뭉쳐진 창작극은 오랜만이다.
지질학자 오평(민복기)을 등장시키는 《하얀 앵두》는 '삼엽충 시계' 이야기부터 꺼낸다. 과학도 어느 지점에 가면 추측이다. "5억년 전 어느 맑고 얕은 바다에 살다 어떤 변동으로 바위 속에 봉인됐던 삼엽충이 화석(化石)으로 지금 우리와 만났다"는 오평의 해석부터가 그렇다.
그러나 《하얀 앵두》는 과학 주변에서 오래 서성이지 않는다. 과학은 본질로 들어가는 입구일 뿐이다. 사건은 강원도 영월로 내려온 작가 아산(조영진)의 개(犬) 원백이가 동네 노인 지복(박수영)의 암캐 복순이와 짝짓기를 하는 희극적 상황으로 시작된다.
지질학자 오평(민복기)을 등장시키는 《하얀 앵두》는 '삼엽충 시계' 이야기부터 꺼낸다. 과학도 어느 지점에 가면 추측이다. "5억년 전 어느 맑고 얕은 바다에 살다 어떤 변동으로 바위 속에 봉인됐던 삼엽충이 화석(化石)으로 지금 우리와 만났다"는 오평의 해석부터가 그렇다.
그러나 《하얀 앵두》는 과학 주변에서 오래 서성이지 않는다. 과학은 본질로 들어가는 입구일 뿐이다. 사건은 강원도 영월로 내려온 작가 아산(조영진)의 개(犬) 원백이가 동네 노인 지복(박수영)의 암캐 복순이와 짝짓기를 하는 희극적 상황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연극은 인간의 상처를 들쑤시는 쪽으로 단숨에 직행한다. 아산의 열여덟살 난 딸 지연(최보광)이 고교 윤리 교사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가해자·피해자, 작용·반작용의 관계가 역전되면서 출렁출렁 드라마가 전진한다.
뜯어보면 모든 등장인물에게 상처가 있다. 아산은 건강을 잃었고, 지복은 가족이 없고, 지연은 입양아고, 오평은 상처(喪妻)했고, 오평의 조교 소영(주인영)은 오평을 짝사랑한다. 작가와 연출은 무대에 시간의 힘을 구체화하면서 이 결핍을 채워나간다. 때론 매를 대고, 싸우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지만 나무를 심고, 물을 뿌리고, 겨울이 가고, 봄꽃이 피면서 그들은 화해한다.
배우들은 배역과 아주 가까웠다. 조영진·이연규, 민복기·주인영의 앙상블이 믿음직스러웠고 박수영의 노인 연기가 그 중심에 있었다. 관객은 9번째 등장인물(?) 원백이 때문에 많이 웃었다. 보이지 않는 그 개가 어느 순간 죽고 사람들이 슬퍼하고 새끼가 등장하면서 이 드라마 혹은 인생의 한 사이클이 완성된다.
하지만 자연의 치유력에 집중한 이 연극에서 할머니가 등장하는 장면은 인위적이고 사족 같았다. 어루만지고 쓰다듬는 촉감이 전해지는 음악은 좋았다.
▶7월 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