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vs 대하 드라마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6.25 03:14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노르마' 나란히 막 올라

28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로시니의 오페라《세비야의 이발사》./세종문화회관 제공
"풍문이란 깃털처럼 가볍고, 산들바람에도 실려 온답니다. 풍문이 얼마나 사람들을 간질이고 괴롭히고 교활한지 말씀 드리죠."

총성이 울리지 않고 유혈이 낭자하지 않을 뿐,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도 계략으로 가득한 치열한 첩보전이긴 마찬가지다.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로지나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알마비바 백작이 신분을 감추고 잠입에 성공하자, 경쟁자 바르톨로는 이렇듯 거짓 정보를 흘리며 역(逆)공작을 꾀한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백작과 로지나 커플의 한판승으로 끝나지만, 로시니의 선율에 실려 유쾌하기 그지없는 희가극이 된다. 서울시오페라단이 24일부터 세종M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작품이 바로 《세비야의 이발사》였다.

첫날 무대에서는 피가로 역의 바리톤 송기창이 통 큰 저음으로 중심을 넉넉하게 잡아줬고, 바리톤 박경종(바르톨로 역)과 베이스 김민석(바질리오) 등 조역들이 감칠맛 나는 연기로 생동감을 더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아쉬움은 남았지만, 정지 화면과 춤 동작을 결합한 섬세한 디테일로 소극장 오페라의 재미를 살렸다.

로시니 오페라의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면, 25일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벨리니의 《노르마》는 '정통 대하 드라마'다. 주인공 노르마는 적군 로마의 총독과 밝힐 수 없는 사랑에 빠져있다. 사랑을 택하자니 조국이 울고, 조국을 택하자니 사랑이 발목을 잡는다. 소프라노 김영미·박현주가 노르마를, 테너 김영환·이정원이 폴리오네 역을 나눠 부르고 카자흐스탄 아바이 오페라 하우스 교향악단(지휘 마르코 발데리)이 연주를 맡는다.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28일까지 세종M씨어터, (02)399-1783

▶벨리니 《노르마》, 25~28일 예술의전당, (02)586-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