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오후엔 콘서트, 저녁엔 오페라… 서울시향의 '철인(鐵人) 2종경기'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6.25 03:14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의 강행군이 여느 스포츠팀 못지않다. 최근 서울시향의 연주 스케줄만 보아도 '철인(鐵人) 경기'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과 수도권 초등학생 4~6학년생 2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어린이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마에스트로와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를 공연했다. 예술감독 정명훈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지휘와 해설을 맡았고, 직접 첼레스타를 연주해 보이기도 했다. 공연은 낮 12시쯤 끝났다.

서울시향은 오후 7시30분 같은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콘서트 형식으로 펼쳐보였다. 정기연주회인 '마스터피스 시리즈'로, 다닐 슈토다(테너)와 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소프라노) 등 유럽에서 활약 중인 가수들을 초청했다. 연출·무대·의상이 없었을 뿐, 사실상 하루에 오페라 두 편을 연달아 공연한 셈이었다.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

이틀 뒤 서울시향은 더 빡빡한 일정의 연주회를 가졌다. 5000~2만원대의 저렴한 티켓 가격으로 시민들의 문화 혜택을 늘리고, 공연 수입은 사회재단에 환원하자는 취지로, 서울시향이 올해 시작한 '희망 드림 콘서트'가 21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곧이어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는 기업 음악회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다시 연주했다. 이날은 반나절에 콘서트와 오페라를 동시에 연주한 셈이었다.

왜 이런 강행군이 계속될까. 한편으로는 정기연주회를 지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익성과 공익성까지 고려하는 등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일정은 한정되어 있지만, 연주 요청은 물밀듯이 몰리다 보니 '2연전'이나 '2부제 수업' 같은 변칙 편성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서울시향의 팬들이 관람하는 정기연주회의 연주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라 트라비아타》에서도 1막 전주곡부터 현악 파트 사이의 호흡이 흐트러지거나, 중반부 목관의 앙상블이 미묘하게 흔들리는 등 다소 불안함이 남았다. 국내 교향악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인 것으로 평가받은 지난해 말러 교향곡 9번이나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 연주회처럼 짜릿한 감동을 목놓아 기다리기엔, 지금 서울시향은 너무나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