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의 불협화음] 명색이 뮤지컬인데… 주인공 노래가 없다고?

  • 작곡가

입력 : 2009.06.18 02:45

뮤지컬 '바람의 나라'

작곡가
지난 2000년 토니상 심사 때 《콘택트》를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었다. 오리지널 곡이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데다, '뮤지컬 공연=라이브 연주'라는 원칙을 깨고 녹음된 음원을 재생했으며, 무엇보다 배우들이 춤만 출 뿐 단 한 번도 노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사마저 극도로 생략돼 있는 이 공연을 끌고 가는 것은 가사 없는 반주 음악과 춤의 내러티브였다. 《콘택트》는 결국 '스페셜 극 이벤트(special theatrical event)'라는 장르를 낳으며 '베스트 뮤지컬상'을 수상했다.

2006년 초연된 뮤지컬 《바람의 나라》(원작 김진, 연출 이지나) 역시 다소 낯선 어법으로 관객을 당황시킨다. 일단 시간의 흐름이 뒤죽박죽 섞여 있고 설명이 불친절하다. 주인공 무휼(고영빈)에게는 노래가 거의 없고 감정을 열정적으로 표출하는 순간도 없다. 나지막이 대사를 읊조리거나 말없이 왔다 갔다 하고, 요가를 연상시키는 현대무용을 통해 차분하고 묵직하게 존재감을 보이는 그는 우아하고 신비하지만 "무슨 뮤지컬 주인공이 노래도 하나 안 불러? 이것도 뮤지컬이야?" 하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뮤지컬《바람의 나라》의 ‘무휼’고영빈./서울예술단 제공
음악(작곡 이시우) 역시 다소 특이하다. 이 공연을 위해 작곡된 음악 중 몇 곡이 2007년 TV 드라마 《하얀 거탑》에 사용되면서 유명해졌다. 그래서 뮤지컬을 보는데 드라마 장면들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얀 거탑》의 수술 장면에 나온 〈그레이트 서전〉은 뮤지컬에서는 〈무휼의 전쟁〉이라 불리는데, 안무(안애순)가 압권인 15분 동안의 전쟁 장면 내내 대사나 가사 없이도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짜릿한 명곡이다

명색이 뮤지컬인데 내용도 헷갈리고 주인공 아리아도 없고 드라마까지 떠올라서 불만인 관객님들 계시지요? 뮤지컬은 무릇 쉬운 내용에 목 찢어지는 고음으로 끝나는 아리아가 필수란 말입니까? 음악과 안무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멋지잖아요. 조금 다른 호흡으로 존재하는 것들의 아름다움도 인정해 주세요.

▶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