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공연 잇달아 연기·변경… 길 잃은 국립오페라단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6.16 03:52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계획이 개막 한두 달을 앞두고 잇달아 연기 또는 변경되면서,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 2월 정책발표회를 통해 "스트라빈스키의 오페라 《난봉꾼의 행각》을 7월 공연하며, 8월에는 이집트 카이로 오페라하우스와 공동제작으로 베르디의 《아이다》를 무대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2009~2011년의 공연 일정을 모두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좀처럼 볼 기회가 없었던 작품을 소개하겠다"던 《난봉꾼의 행각》은 갑자기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으로 교체됐다. 또 "해외 오페라 단체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공동제작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관객 활로를 모색하겠다"며 추진했던 첫 교류 사업인 《아이다》도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에 대해 이소영 예술감독은 "《난봉꾼의 행각》을 맡기로 했던 외국 연출가의 작품 구상이 국립오페라단이 최근 공연했던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변경했으며, 《아이다》는 카이로 오페라하우스 극장장의 건강 악화로 일정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악계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7월 이 감독 취임 이후, 사무국장만 2차례 교체되고 15명의 단원·직원이 바뀌었다. 이렇다 보니 "일이 생겨도 누구와 연락을 주고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직원들과 이야기해도 예술감독만 쳐다본다"는 말이 공연장이나 성악계에서 나온다. 3년 앞을 내다본다던 공연 계획이 3개월여 만에 흔들린다면, 무대에 오르는 음악인이나 표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그만큼 불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