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 그 평행선의 끝은?

  • 전정옥(연극 평론가) - 성남아트센터 제공

입력 : 2009.06.15 09:27

실험극장 '고곤의 선물'

사진제공 코르코르디움
젊은 연출가와의 협력 작업을 추진 중인 극단 실험극장이 구태환 연출의 '고곤의 선물'을 선보인다. 현실과 이상을 향한 두 명의 인물이 보이는 끝없는 대립구조는 이 작품의 무게 중심이 된다. 이는 정동환, 서이숙의 열연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60년 창단 된 실험극장이 내년이면 50주년을 맞는다. 영광스러운 명성과 절망의 극한을 오가며 한국연극을 위해 분투했던 그들이 이제 ‘천명’의 나이에 이른 것이다. 신극협의회를 중심으로 사실주의 연극양식이 대세를 이루었던 당시 연극계의 전반적 경향에 실험극장 창립 작품이었던 허규 연출의 '수업'(이오네스코 작)은 전혀 다른 승부수로 고착화되어가는 ‘중심’에 시비를 걸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를 제대로 드러낸 텍스트였다.

사진제공 코르코르디움

'에쿠우스'를 개관 작으로 1975년 전용극장을 설립하고 근 20여 년 동안 한국연극의 소극장 운동을 이끌어 온 실험극장은 오랫동안 극단의 살림을 맡은 김동훈 대표의 죽음과, 재정난을 이유로 신사동 극장을 폐쇄하게 되는 불운이 겹치면서 한동안 위기에 처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최근 ‘제작극단’ 형태로 극단운영을 새롭게 정비하며 옛 명성을 찾기 위한 단호한 걸음을 하고 있다. 최용훈 연출의 '다우트', 구태환 연출의 '심판'과 '고곤의 선물', 김재엽 연출의 '일월', 그리고 2009년 하반기 무대를 예약하고 있는 송선호 연출의 '죽기 살기' 등, 최근 젊은 연출가들과 실험극장 협력 작업의 그 예들이다. 이중에서 '고곤의 선물'은 지난해 평단과 관객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었던 작품이다.


피터 쉐퍼의 '고곤의 선물'의 외연은 클라이템네스트라에게 복수당한 아가멤논 신화를 통해 도덕과 폭력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부르짖고, 섬광을 내뿜는 클라이맥스만 쓰는 담슨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가는 추리극이다. 여기에 담슨이 집적 쓴 희곡 '우상들' '특권' '아일랜드'가 코러스들의 극중극을 통해 전개되며 현대 사회의 병리적 현상들까지 파고든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연하게 보이는 주제는 담슨을 통해 피터 쉐퍼가 펼치는 연극에 대한 담론들일 것이다. 어둠을 밝히는 섬광이 연극이라는 에드워드 담슨의 절규는 개인적 창작고통의 진퇴양난 속에서도 그가 유일하게 움켜쥐고 있었던 신념이자, 연극을 위한 피터 쉐퍼의 지적인 프로파간다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실험극장의 '고곤의 선물'은 현실과 대척점에 있는 신화와 담슨 희곡의 재현이라는 복잡한 극 구조를 코러스들의 임무로 통일하면서 ‘무대 만들기’를 깔끔히 했다. 이는 이성과 감성, 현실과 이상, 도덕과 정의라는 양날의 칼로 대립하는 담슨과 헬렌의 대립구조를 부각시키기 위한 연출적인 전략이었을 것이다. 해서 불경스럽지만 예술적 상상력의 근원일 수밖에 없는 특별한 광기로서의 담슨과, 신비스러운 침착함과 지성의 표식으로서의 헬렌의 대립은 실험극장의 '고곤의 선물'을 이해하는 출발점이자 종착지가 된다. 지난 해 드라마센터에서의 초연 후 다시 관객들 앞에 서게 되는 '고곤의 선물'에서 그 대립을 이끌고 갈 배우 정동환과 서이숙의 열연이 다시금 기대된다.



극단 실험극장 '고곤의 선물'
일시  6월 10~21일  평일 8시 / 토 3시, 7시 30분 / 일 3시(월 쉼)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문의  02-889-3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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