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몰려온 갑부들 "작품 수준 작년 못미쳐"

  • 바젤=손정미 기자

입력 : 2009.06.11 04:08

고가(高價) 미술시장 '바젤 아트페어' 개막

9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스위스 바젤 메시플라츠(Messeplatz)에는 고급 정장을 입은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고가(高價)의 미술 작품을 파는 '바젤 아트 페어'가 개막 하루 전 세계 VIP들을 위한 오프닝을 했기 때문이다. 바젤 아트 페어의 공식 일정은 10일부터 14일까지지만, 세계의 내로라하는 컬렉터들은 이날 은색 VIP 초청장을 보여주고 먼저 입장할 수 있었다.

독일·프랑스 접경과 가까운 바젤은 주변 유럽 국가의 컬렉터뿐 아니라 중국·일본·러시아 등에서도 미술품을 구매하려는 갑부들이 몰려들었다. 1970년 시작돼 올해 40회를 맞은 바젤 아트 페어는 각국 미술 시장에서 엄선된 작품만 나와 전 세계 컬렉터와 미술관 관계자, 큐레이터들의 주목을 끈다. 화랑의 전시 경력과 전속작가의 수준 등을 따져서 참가 여부를 심사하며 올해는 1100여개의 갤러리가 참가를 신청했지만 이 중 300개만이 부스를 설치할 수 있었다. 바젤 아트 페어 기간에 젊은 갤러리와 비교적 값이 비싸지 않은 작품을 파는 갤러리들이 모여 만든 '위성 아트 페어'인 볼타쇼(Volta show)와 리스테(Liste) 등도 함께 열린다.

세계 미술계는 이번 바젤 아트 페어가 지난해부터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 불황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5월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주요 경매가 작년에 비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둬 바젤 아트 페어를 바라보는 시선도 불안했다.

‘바젤 아트 페어’가 사실상 시작된 9일 오전 스위스 바젤의 메시플라츠. 미술품을 구매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컬렉터들로 붐비고 있다./손정미 기자 jmson@chosun.com
개막 첫날 미술품 매장은 예년보다 사람 수는 크게 줄지 않았고 부스마다 인파로 북적였다. 그러나 밀라노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글라우디오 구엔자니씨는 "다른 갤러리의 작품을 사기 위해 왔다"면서 "오늘 분위기로 봐서 전체 매출은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러리들은 작품 가격을 작년보다 10~30% 정도 낮추고 최고가 작품은 별로 내놓지 않았다는 게 현지 반응이다. 올해도 각 부스에는 피카소와 페르낭 레제, 자코메티, 뒤뷔페,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나왔지만 작년 수준에는 못 미친다. 벨기에에서 온 컬렉터 크리스티안씨는 "작년에 비해 작품이 흥미롭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와 PKM 갤러리가 이번 바젤 아트 페어에 참여했다. 국제갤러리는 이우환을 비롯해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인 양혜규, 구본창, 이기봉, 신미경, 조덕현, 게르하르트 리히터, 데미안 허스트, 아니시 카푸어, 루이스 부르주아, 빌 비올라의 작품을 내놓았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국제갤러리 부스를 찾아 이기봉과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PKM갤러리는 설치작가 이불을 비롯 김상길, 크레이그 마틴 등의 작품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