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6.11 03:42
이지영·김남국씨 음악극 독백·괴성 등 '온몸 연주'
가야금 연주자 이지영 교수(서울대·44)는 지난 2000년 여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손으로 쓴 워크숍 안내문을 강의실 복도에 일일이 붙이고 다녔다. 이곳은 2년마다 열리는 하계 음악제 덕분에 '현대 음악의 요람'으로 불린다. 이 교수가 영어로 써 붙인 문구는 '작곡가를 위한 가야금 워크숍. 가야금은 한국의 12현 전통 현악기'라는 내용이었다. 하계 음악제 주최측의 초청도 없이 무작정 떠났지만, 워크숍 당일이 되자 세계 각국의 작곡가 4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 교수는 벽안(碧眼)의 작곡가들 앞에서 가야금 연주법을 설명하고 실연으로 들려줬다.
워크숍이 끝나고 구내식당에서 줄을 섰을 때 낯익은 한국말이 들렸다. 꽁지머리를 하고 있던 작곡가 김남국(38)씨였다. 김씨는 경희대 음대에서 작곡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아쟁을 배웠고, 졸업 후 프랑크푸르트 음대로 건너갔다. 김씨와 이 교수는 "가야금은 전통악기일 뿐 아니라, 현대악기이기도 하다"라는 생각으로 첫 만남부터 의기투합했다. 이 교수는 워크숍에서 만난 작곡가들이 써준 가야금 신작(新作)을 의욕적으로 초연했고, 김씨는 2002년 다름슈타트 음악제에서 작곡상을 수상한 뒤 이 음악제의 초청 작곡가로 활동했다.
워크숍이 끝나고 구내식당에서 줄을 섰을 때 낯익은 한국말이 들렸다. 꽁지머리를 하고 있던 작곡가 김남국(38)씨였다. 김씨는 경희대 음대에서 작곡을 공부하면서 틈틈이 아쟁을 배웠고, 졸업 후 프랑크푸르트 음대로 건너갔다. 김씨와 이 교수는 "가야금은 전통악기일 뿐 아니라, 현대악기이기도 하다"라는 생각으로 첫 만남부터 의기투합했다. 이 교수는 워크숍에서 만난 작곡가들이 써준 가야금 신작(新作)을 의욕적으로 초연했고, 김씨는 2002년 다름슈타트 음악제에서 작곡상을 수상한 뒤 이 음악제의 초청 작곡가로 활동했다.

두 음악인이 11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리는 가야금 연주회에서 다시 조우(遭遇)한다. 김남국씨가 작곡한 가야금과 앙상블을 위한 음악극 '거울'을 이 교수가 초연하는 것이다. 김씨가 작곡과 영상, 시나리오를 맡은 이 음악극에서 이 교수는 가야금을 '얌전히' 연주할 뿐 아니라, 노래와 독백을 하고 메가폰을 통해 괴성을 내며 걷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온몸으로' 연주한다.
'거울'은 시인 이상(李箱)의 동명(同名) 시에서 착안해서 죽음과 삶, 꿈과 현실의 경계를 포착하려고 한 작품이다. 초연하는 곡들로 이번 연주회를 구성한 이 교수는 "어떤 악기든 전통에만 머문다면, 결국은 박물관의 악기가 되고 만다"고 했다. 김씨는 "김치에 버터를 바르듯 어설프게 크로스오버를 해서는 안 된다. 전통으로 지킬 것은 철저하게 고수하되, 현대화할 것은 철저하게 현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거울'은 시인 이상(李箱)의 동명(同名) 시에서 착안해서 죽음과 삶, 꿈과 현실의 경계를 포착하려고 한 작품이다. 초연하는 곡들로 이번 연주회를 구성한 이 교수는 "어떤 악기든 전통에만 머문다면, 결국은 박물관의 악기가 되고 만다"고 했다. 김씨는 "김치에 버터를 바르듯 어설프게 크로스오버를 해서는 안 된다. 전통으로 지킬 것은 철저하게 고수하되, 현대화할 것은 철저하게 현대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