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김선욱 사제(師弟) '아름다운 뉴욕의 밤'

  • 뉴욕=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6.08 02:33

수원시향, 카네기 홀 공연

수원시향(지휘 김대진)이 118년 역사의 미국 뉴욕 카네기 홀에 이름을 등재했다. 5일(현지 시각) 뉴욕한국문화원의 개원 30주년 기념 연주회를 이 홀에서 가졌다.

미국 공연장의 1번지에 서기까지 수원시향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협연 김선욱) 등 연주곡을 한국에서 사전(事前) 점검하며, '맞춤형 연습'을 거듭했다. '비창'은 지난 4월 교향악 축제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지난달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각각 호흡을 맞췄다. 뉴욕 연주회를 1주 앞둔 지난달 28일에는 성남아트센터에서 '카네기 홀 프리뷰(preview)'라는 제목으로 다시 같은 곡들을 연주하며 출국 보고회를 가졌다. 리허설까지 합치면 두 달간 서울·수원·성남에서 10여 차례 가까이 연주한 것이다.

짧은 기간에 같은 곡을 반복하다 보면 조직력은 상승하는 대신 자칫 초심(初心)을 잃을 수 있다. 지휘자 김대진은 "마지막 성남 공연이 끝나자마자 실황 연주를 녹음한 뒤 음반(CD)으로 만들어 단원 96명에게 모두 돌렸다. 자신의 연주를 다시 듣는 것처럼 괴로운 일이 없지만, 무엇이 부족한지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5일 미국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열린 뉴욕한국문화원 3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가운데)이 김대진(오른쪽)이 지휘하는 수원시향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협연하고 있다./스테판 코엔 제공
이날 뉴욕 연주회의 첫 곡인 '셸리에 의한 정경을 위한 음악'은 미국 작곡가 사무엘 바버의 작품이다. 절정에서 터져 나온 매끄럽고 풍성한 현악은 자연스럽게 미국에 보내는 인사가 됐다.

지난 2006년 리즈 콩쿠르 우승자인 김선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에게 피아노를 사사한 제자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에서 갓 스물의 피아니스트는 결코 주눅 드는 법 없이 유려하고 낭랑한 피아노 톤과 단호한 자기 확신을 동시에 보여줬다.

서정적인 2악장이 끝나고 3악장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1악장과 같은 강도와 활력·긴장으로 되돌아오는 것이야말로 이 협주곡의 매력이자 관건이다. 미려한 2악장이 끝난 뒤, 김선욱은 시치미를 뚝 떼고 표정을 바꿔 곡에 다채로움을 불어넣었다.

피아니스트로서 김대진은 일순간에 감정을 분출하기보다는 이성적인 자기 억제에 강한 편이다. 하지만 지휘대에서는 저음(低音) 악기의 고통이 고음(高音)으로 전이되는 1악장 서두가 끝나기 무섭게 저돌적으로 악단을 몰아붙였다. 매너리즘의 함정을 피하고 폭발력의 강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3악장에서 앙칼진 트럼펫은 팽팽하게 날이 서 있었지만, 4악장의 첫 부분에서 현악과 관악 사이의 응집력은 다소 아쉬웠다.

2800여석을 가득 메운 청중은 협주곡 1악장과 교향곡 2·3악장에서 '중간 박수'를 터뜨리기는 했지만, 연주가 끝난 뒤에는 2~3차례 기립 박수로 협연자와 악단에 앙코르를 청하는 따뜻함을 보였다. 마지막 앙코르로 수원시향은 지난해 뉴욕 필의 평양 공연 당시 연주했던 '아리랑'을 뉴욕에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