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세상을 새롭게 창조한다"

  • 베니스=손정미 기자

입력 : 2009.06.05 02:43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

'물의 도시' 베니스가 거대한 미술 전시장으로 변했다. 4일(현지시각) 베니스는 세계 현대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막을 올리고 세계 미술계를 움직이는 큐레이터와 평론가, 컬렉터 등 중요인사들을 맞았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개막은 7일이지만 미술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일반인 입장에 앞서 프리뷰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날부터 본격적인 장이 펼쳐진다.

오는 11월 22일까지 이어지는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는 스웨덴 출신의 총감독 다니엘 번바움(Daniel Birnbaum)이 정한 '세계 창조(making world)'. 번바움 총감독은 "우리 세계는 작가들에 의해 새롭게 창조될 수 있다"며 "베니스 비엔날레를 통해 창조의 과정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크게 아스날레에서 열리는 본(本)전시와 정원(庭園)이란 뜻의 자르디니에서 열리는 국가관(國家館) 전시로 나뉜다. 올해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5개국이 처음 참여하는 등 모두 77개국에서 9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국가관들은 이날 일제히 문을 열고 2년간 준비해온 야심 찬 작품들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미술축제인‘2009 베니스 비엔날레’가 7일 공식 개막에 앞서 4일(현지시각) 언론과 미술 전문가들에게 베일을 벗었다. 사진은 한 관람객이 러시아관(館)에 전시된 설치작품을 관람하는 모습이다./로이터
양혜규(38)의 작품 '응결'을 전시한 한국관은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영국 테이트 모던 등 주요 미술관 관계자들이 방문했다. 독일의 베를린을 거점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는 설치작가 양혜규는 이번에 한국 국가관과 본전시에서 동시에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양혜규는 "국제적인 미술계 인사들이 작품과 공간을 잘 조화시킨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관 옆에 위치한 일본관은 전시관 전체를 검은 천으로 뒤덮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본전시인 아스날레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사무국이 선정한 작가 90여명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양혜규와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설치작가 구정아(42)가 참여했다. 2007년에는 한국 작가의 아스날레 전시가 없었기 때문에 두 작가의 본 전시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비엔날레' '트리엔날레' '도큐멘타' 등 120여 개에 달하는 국제 미술 행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895년에 시작한 후 1·2차 세계대전 때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올해로 53회를 맞으며 가장 권위 있는 미술축제로 자리 잡았다. 개막 직전 수여되는 공로상인 '평생업적 부문 황금사자상' 수상자는 비틀스 멤버였던 존 레넌의 아내이자 일본 출신 작가인 오노 요코와 미국의 개념미술가 존 발데사리가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