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은 인도(印度)서 만난 내 첫사랑"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6.04 03:27

1000회 공연 맞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작가 장유정
그리움의 상징으로 남아 그와 결혼 안 해서 다행

뮤지컬《김종욱 찾기》의 무대에 앉아 있는 장유정. 그는“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이 름을 작품에 넣으면 첫사랑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뮤지컬 《김종욱 찾기》가 오는 9일 1000회를 돌파한다. 여주인공이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에 "첫사랑인 김종욱을 찾아 달라"고 의뢰하며 시작되는 이 로맨틱 코미디는 2006년 6월 초연(初演)했고 2007년 말부터 장기공연하며 21만 관객을 모았다. 이 히트작을 쓰고 연출한 장유정(34)은 "1999년 1월 4일 인도 여행길에 만났던 첫사랑 김종욱씨에 대한 그리움에 판타지를 더해 쓴 작품"이라며 "1000일 넘게 살아남았으니 기쁘다"고 했다.

지난 1일 《김종욱 찾기》를 공연 중인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그를 만났다. 4개 관을 갖고 있는 이 공연장에서는 이미 1000회를 넘긴 장유정의《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관객을 만나고 있다. 또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을 채우고 있는 《형제는 용감했다》까지 서울에만 3편의 '장유정표 뮤지컬'이 있다. 그의 통장에 쌓이는 로열티(저작권료)는 대기업에 다니는 또래의 연봉을 넘어선다. 올해 초 장유정이 아들을 낳자 "로열티 상속남이 탄생했다"며 화제가 됐을 정도다.

《김종욱…》은 소심한 A형 남자와 변덕스러운 B형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오만석 엄기준 신성록 전병욱 박동하 김무열 등이 출연하며 '훈남'으로 사랑받았다. 제작사 CJ엔터테인먼트는 "제작하거나 투자한 뮤지컬 중 '효자'는 단연 《김종욱…》"이라고 했다. 《캣츠》 같은 대형 뮤지컬보다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장유정은 주변에서 소재를 찾는다.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오! 당신이…》를 착안했고, 첫사랑을 앓고 《김종욱…》을, 안동 종갓집으로 시집간 뒤 《형제…》를 각각 썼다. 사랑에 다친 사람을 다독이고 치료해주는 이야기들이다. 그는 "쓴 지 1~2년쯤 지나 다시 꺼냈을 때 신선하고 마음을 움직인 대본이 흥행에도 성공했다"며 "《오! 당신…》은 엄마, 《김종욱…》은 첫사랑, 《형제…》는 시댁(남편) 같다"고 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한 장면.

'장유정'이라는 이름은 이미 브랜드가 됐다. 1년에 최고 15건의 작품 제안을 받는다. 연습할 때는 악착같다. 출산 때는 오후 3시까지 《형제…》를 연습하고 두 시간 뒤에 산부인과에서 아들을 낳았다. 요즘엔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이 작가는 "작품 한 편 만드는 데 4년 걸리는데 아이에게 그만큼도 투자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작품을 쓴들 뭣하나"라고 했다.

배우가 3명만 등장하는 《김종욱…》은 연극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려는 전략이었다. 혼자 22개 배역을 오가는 '멀티 맨'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유행처럼 번졌다. 장유정은 "김종욱씨와 결혼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며 웃었다. "김종욱이라는 이름은 내 인생의 한때를 완전히 연소시킨 기억, 강력한 그리움의 상징으로 남았기 때문이에요. 진공 상태랄까, 없어야 생기는 에너지 같은 게 있었습니다. 폭발하듯 사흘 만에 썼어요."

올 11월에는 PMC프러덕션이 제작하는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를 연출한다. 무르익어 가는 이야기들도 여럿 있다. "'포스트(post) 김종욱 찾기'도 써보고 싶어요.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에서 김종욱 대신 현실적인 남자를 만난 여자의 뒷이야기. 재미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