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6.03 14:32
이달 초 열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제작발표회에서 시선을 집중시킨 배우가 하나 있었다.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주인공 '팬텀'에 발탁된 양준모(29). 양준모라? 소극장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열연했던 배우, 이어 연극 '아일랜드'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 배우가 맞았다.
지난해 '이블 데드', '씨왓아워너씨'에서도 그를 봤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그에 관한 여러 팩트(fact)들은 '에너지가 대단한 배우'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뭉뚱그려져 있었다. 지난해 이룬 성과와 팬텀 캐스팅을 바탕으로 그는 현재 뮤지컬계 세대교체의 물결을 대표하는 남자배우로 우뚝 섰다.
이런 그가 요즘 '팬텀'에 앞서 서울예술단의 '바람의 나라'(6월10일~30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를 준비하고 있다. '혜명 태자' 역이다.
"2007년에 이 작품을 보고 '혜명' 역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할 말이 굉장히 많음에도 끝까지 작품 속에 묻혀가는, 흔치 않은 캐릭터입니다."
김진의 만화가 원작인 '바람의 나라'는 송일국 주연의 드라마로도 유명하다. 고구려 3대왕인 대무신왕 무휼의 사랑과 전쟁을 그린다. 여타 뮤지컬과 달리 대사보다는 몸짓과 안무, 음악, 영상이 중심이 되는 이미지극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으로 꼽힌다.
양준모가 연기하는 '혜명'은 고구려 대무신왕인 무휼의 형으로 영혼이 되어 그를 도와준다. 슬픈 캐릭터다. 그 슬픔을 객석에 전달하는 것이 그의 일차 과제. 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미를 부각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욕심이다. 대사나 동작이 크지 않기에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그에게 '도전'은 익숙하다. 배우로서의 궤적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었으니까.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그는 2004년 스승인 김석만 교수의 권유로 가극 '금강'에 출연하면서 뮤지컬과 인연을 맺었다. 따로 연기수업을 받은 적이 없었던 그는 걷기와 손처리부터 모든 것을 몸으로 부딪혀 터득해야했다. 고향이 부산이라 표준어도 제2외국어 배우듯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
2007년 창작뮤지컬 '천사의 발톱'에서 '짝귀'를 맡아 존재감을 알린 그는 이후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블데드'에서는 코믹연기를, '라스트 파이브…'에서는 목소리톤과 안 맞는 노래를 소화하는 법을 배웠고, '아일랜드'를 통해 연기의 갈증을 풀었다.
중저음에서 고음까지 가능한 하이 바리톤, 그리고 타고난 연기 열정. 희소성과 에너지를 겸비한 배우 양준모의 뮤지컬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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