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소리에 빠진 늦깎이 소리꾼…소천 이장학

  • 뉴시스

입력 : 2009.06.01 14:47

소천(巢天) 이장학 "우리소리에 빠지다"
"대중적 인지도보다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숨은 명인들을 초청해 지인들과 주민들을 무대와 객석으로 한데 묶을 수 있는 하우스콘서트가 많은 곳에서 열렸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이는 소천재 사랑방 음악회를 8회째 열고 있는 소리꾼 소천(巢天) 이장학 선생(52)의 말이다.

소천 선생은 8대째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연평리에서 살아오면서 집 마당을 작은 공연장으로 만들고 매년 5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자신의 호를 딴 '소천재 사랑방 음악회'를 열어오고 있다. 30일 장르를 넘나드는 공연이 열린 소천재 사랑방 음악회에서 소천 선생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리는 시작하게 된 동기는?

치과 기공사라는 일을 하다보니 직업병으로 위장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지요.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려서 부터 사랑방에서 할아버지 무릎을 베고 듣던 우리소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국악인 최창남 선생님을 찾아가 소리를 배우게 됐고 선생님의 수제자가 됐지요.

-어떤 소리를 추구하는지?

우리소리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외면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소리의 참맛을 느끼게 하고픈 마음에 신나는 음악장르인 수도 서울을 비롯한 경서도 지방의 민요인 경서도민요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우리소리가 좋은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하며 현대악기와 조화를 이룬 소리로 대중들과 함께하고 싶어 퓨전적인 요소를 가미한 소리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소리를 시작한 것은 언제? 쉽지 않았을 텐데?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우리소리가 마음에 들어 오기 시작했지만 직장일을 병행하면서 소리를 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우리소리에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새벽 5시에 일어나면 장구채를 들고 소리공부를 하고 출근길에도 항상 국악방송을 듣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최창남 선생님의 소리를 공부하는 등 11년간 점심시간을 반납했습니다. 특히 자동차를 운전하며 가사를 외우고, 소리 발성연습을 하고 자동차안은 나의 소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나만의 무대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소리의 길로 들어섰더라면?

어렸을 때부터 했더라면 소리는 더욱 잘 했겠지만 인생의 맛을 알고 난 30대 후반에 시작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소리에서 나오는 가사를 더욱 심도 있게 받아들일 수 있고 가슴으로 소리를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소리의 참맛을 느낀 건 언제?

우리의 소리는 발효음악이라 생각해요. 오래된 묵은 김치나 잘 익은 된장, 고추장처럼 처음 먹을 때는 적응하기 어렵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 없는 어쩌면 마약 같은 존재 우리의 소리는 그런 맛이라 생각해요. 처음에 부르기는 어렵지만 한번 소리에 빠지면 노랫가락 한 소절을 평생 불러도 질리지 않는 맛이 우리소리의 맛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나는 부를 때 마다 소리의 맛을 느낄 수 있지요.

-공연 때 사용하는 악기가 특이 한던데 설명좀?

'소천금'이라 불리는 악기로 수제품 악기를 만드는 사람에게 의뢰해 1년여만에 완성된 전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악기지요.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나는 친근한 악기가 필요했고 기타를 개조해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죠. 소천금은 민초들이 많이 사용한 바가지모양으로 디자인 했고요. 울림통 가운데는 국기의 상징인 태극문양과 동양철학의 팔괘를 넣고 bridge 부분(줄 받침)에는 음양의 조화를 위해 초승달을 달았다. head 부분(줄 감기)은 민초들의 애환을 달래는 막걸리를 생각하면서 주병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공연 때 출연진의 구성은?

음악회 출연진은 우리 소리와 더불어 재즈, 포크음악, 성악, 클래식 연주, 서예와 음악의 만남인 라이브서예, 장승퍼포먼스(솟대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하지요. 모두 나와 친분이 있는 지인들로 '품앗이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방에 대한 애착이 강하시던데 운영은 어떻게?

사랑방은 170년 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내부에는 삐둘삐둘한 서까래가 오랜 세월을 담고 있어 정감이 넘치는 곳이지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나의 터전이기도 하고요. 사랑방은 나의 소리공부방이며, 공연 기획의 장소이며 나의 지인들과 뜻을 같이 하는 전국의 풍류객들이 쉬어갈수 있는 곳으로 언제나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외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한국에 오면 한국을 느끼는 공간으로 쉬어 가기도 하지요. 차와 막걸리를 마시며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간이며 손님들을 위한 즉석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연장이기도 하지요.

-팬 층은?

나의 팬 층은 인생의 맛을 알고 있는 40대와 50대들이 주를 이루지요. 제가 운영하는 다음 카페(소천 소리마당)에는 요즘 30대들도 많이 늘고 있고요. 카페에는 400명의 회원들이 소천소리마당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열성팬?

8회에 걸친 사랑방음악회가 진행되는 동한 늘 함께한 팬들로서 서울과 천안, 대구, 부산, 강릉 등 전국에서 찾아주는 300여명의 팬들 모두가 나의 열성팬이라 생각해요. 가끔은 나의 소리를 듣고 아리랑의 한을 느끼는 듯 눈물을 보이는 외국인들 또한 열성팬이 아닐까 생각하지요.

-잎으로의 계획?

우리의 소리 속에 녹아있는 우리의 정서를 느끼면서 대중들이 잃어버린 우리소리의 맛을 함께 느끼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기게 됐어요. 우리소리를 세계화 시켜보고 싶단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음반을 제작할 때 서양악기와 동양악기를 함께 쓰면서 우리 민요가 세계속의 소리가 될 수 있게 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됐어요. 작은 힘을 보태어 우리소리가 우리의 가슴에 되돌아오고 아이들도 즐겨 부르는 대중의 소리가 되도록 힘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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