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포커스] 700m 거리에 벽화·조형물 등 설치

  • 이두 기자

입력 : 2009.05.28 03:18

부천에 '펄벅 문화마을' 조성
여사의 박애 정신 기리려 지역 미술작가들이 앞장 일부 주민들도 동참

부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작가들이 시민들과 함께 '펄벅 문화마을' 조성에 나선다. 서양화, 조각, 건축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야천, 고형재, 강희수, 정만식, 정영호씨다. 펄벅(1892~1973)은 소설 '대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여류 소설가로,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에 부천에서 '소사희망원'을 세워 전쟁고아와 혼혈아 2000여명을 돌보는 등 부천시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이 미술작가들과 시민들은 심곡본동의 부천남초등학교~펄벅기념관 사이 700여m의 2차선 도로 주변을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할 예정이다.

거리 곳곳에 펄벅 여사와 관련한 벽화 30여개를 그리고 펄벅공원과 성주산 입구 등에 각종 조형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성주산 산책로 계단에는 펄벅 여사가 쓴 책을 펼친 모습을 갖춘 터널도 세운다.

펄벅 문화마을 조성에 앞장서 온 미술작가 김야천씨가 이 마을이 조성될 부천시 심곡본동의 부천남초등학교 앞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펄벅 문화마을'이 만들어지는 곳은 펄벅 여사가 세운 소사희망원이 있던 일대이다. 심곡본동의 소사희망원 자리에는 펄벅 여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6년에 펄벅기념관이 세워졌으며 매년 9월 말에 많은 주민들과 혼혈인들이 참여하는 펄벅축제가 열리고 있다. 심곡본동의 일부 거리에는 펄벅 기념시설이 들어서 있다.

미술작가들의 펄벅 마을 조성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김야천(金野泉·48)씨다. 부천남초등학교 인근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김씨는 부천미술협회 회원인 다른 작가 4명과 문화관광부가 실시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지난 4월 응모했다. 이 프로젝트는 마을을 아름답게 만들면서 일자리도 창출하는 게 목적이었다. 김씨 등은 한 달간의 준비 끝에 '펄벅 문화마을 조성사업안'을 만들어 공모했고 이게 당선돼 정부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김씨는 "주민들의 펄벅 여사 사랑이 담긴 기획안을 제출하면서 펄벅 여사와 부천의 남다른 인연을 소개한 게 심사위원들로부터 큰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펄벅 여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펄벅 여사의 비서를 하셨던 분이 15년 전까지 부천에서 살아 서로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분으로부터 펄벅 여사의 생전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 펄벅재단에 있던 책 500여권도 선물로 받았습니다."

김씨는 "펄벅 여사는 '부천의 보물'같은 분"이라며 "다문화(多文化)시대인 요즘에는 그 분의 정신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펄벅 여사를 기리기 위해 펄벅축제 기간 중에 그림 그리기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작가들은 조만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 6월 하순부터 작업에 들어가 9월 하순의 펄벅축제 기간에 맞춰 완공할 계획이다.

벽화를 담당하게 됐다는 작가 강희수씨는 "거리 주변이 초등학교인 점을 감안하고 펄벅 여사의 어린이 사랑을 되새긴다는 의미에서 어린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작가들은 6월 하순에 풍물축제와 마당굿 등으로 개막식을 열어 시민들과 함께 하는 축제로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거리 조성 작업에는 심곡본동의 주민자치위원들과 부천남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참여해 벽화 색칠하기와 타일 붙이기 등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