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공간에도 사회문제는 있죠"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5.28 03:16

연극 '다락방' 연출한 일(日) 사카테 요지, 한국 공연차 방한(訪韓)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개인과 가족, 사회의 관계가 그만큼 헝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간에서 연극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사카테 요지(坂手洋二·48)는 자신의 연극 '다락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무대에는 사다리꼴 모양의 다락방 하나만 놓여 있다. 가장 긴 변이 1.8m, 높이가 최대 1.2m, 가장 깊은 곳이 0.95m에 불과한 이 다락방 구조물 안에 배우가 15명까지 들어간다.

사카테 요지(왼쪽 사진)가 쓰고 연출하는 연극‘다락방’은 1평 크기의 다락방 구조물(오른쪽사진) 안에서 공연의 90%가 진행된다./코르코르디움 제공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품들로 일본의 주요 연극상을 차지해온 사카테 요지가 6~7월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함께 '사카테 요지 페스티벌'을 연다. '다락방'(연출 사카테 요지)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연출 김광보) 등 그의 블랙 코미디 두편을 묶었다. 26일 광화문에서 만난 사카테는 "1970년대 사회 비판적인 요소가 강한 연극들을 보면서 그것을 내 연극의 방향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다락방'은 은둔형 외톨이들이 스스로를 가두기 위해 고안된 상품인 다락방이 통신판매되고 있는 미래가 배경이다. 다락방에 5개월간 틀어박혀 있다 자살하는 사내 등 다락방과 관련된 희한한 에피소드들을 이어 붙인다. 2002년 초연해 요미우리 문학상, 시노쿠니야 연극상, 요미우리 연극대상 최우수연출가상 등을 휩쓴 작품이다.

"공간이 작아도 사회문제는 있다. 이 연극은 무거운 주제와 정면대결하기보다 부드러운 화법으로 희극성을 강조했다. 내가 이끌고 있는 극단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뜻밖에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다락방'이 초연된 극장은 무대와 객석을 더해 50㎡(15평) 크기였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이 됐고 해외에서도 8개국 15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무대에서 사용하는 다락방의 크기와 형태는 배우들을 하나둘씩 집어넣고 실험하면서 나온 기하학적 결과물이다. 사카테는 "무대 세트·소품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가장 좋아했던 게 이 다락방"이라며 "실제로 안에 들어가서 밖을 보면 재미있다"고 말했다.

다락방은 또 일본 전통극 노(能)에서처럼 변화무쌍한 빈 공간의 상징이라고 했다. 사카테는 "등장인물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연극 자체가 그렇듯이 영혼과 영혼 사이의 교류가 내 연극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다락방'은 6월 8~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7월 2일부터 같은 공연장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