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좋아 모인 이 사람들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행복"

  • 곽아람 기자

입력 : 2009.05.27 04:52

자선 공연 14년…'그린 체리티'합창단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21일 저녁 서울 서초구민회관 지하 연습실. 악보를 든 10여명의 남녀가 합창 연습에 한창이었다. 성당 성가대에서 활동했던 주부, 노래하는 것이 취미인 의사, 성악을 전공한 회사원, 음악을 좋아하는 교수 등 다양한 멤버로 구성된 이들은 1995년 창단한 자선 합창단 '그린 체리티(Green Charity)' 단원들.

1995년 잠원동 성당 성가대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노래를 매개로 사회봉사를 해보자'고 결심하고 만든 이 합창단은 창단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정기공연으로 얻은 수익금을 소년소녀 가장·장애인·보육원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해왔다. 창단멤버이자 합창단 기획을 맡고 있는 이기복(62) 홍익대 부총장은 "현재 약 40여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모태는 성가대였지만 교파를 초월해 음악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단원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1995년 창단해 매년 정기공연 수익금을 전액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합창단‘그린 체리티’단원들이 이요훈 예술감독(사진 맨 왼쪽)의 지휘에 따라 연습을 하고 있다./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합창단 단장 권기익(56·의사)씨는 "지난 14년간 매년 500만~1000만원을 기부해왔다"면서 "순전히 회원들의 성금으로만 운영하고 있는 단체라 자금조달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면서 웃었다.

이들은 현재 매주 목요일 저녁에 모여 1~2시간씩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내달 5일 KBS홀에서 열릴 정기공연이 눈앞에 닥쳐왔기 때문이다. 올해 이들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곡은 베토벤의 '장엄미사곡'. 창단 당시부터 합창단 지휘를 맡고 있는 이요훈(56) 단국대 음대 교수는 "꽤나 어려운 곡인데도 단원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면서 "우리는 마음을 투자해 움직이는 합창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