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우리의 특별한 순간을 위해

  • 성남문화재단
  • 글=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 사진제공=더 스톰프

입력 : 2009.05.22 17:33

김선욱 vs 김대진 그리고 수원시립교향악단

수원시립교향악단
국내 굴지의 교향악단인 수원시립교향악단이 5월 28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2009 수원시향 특별 뉴욕 콘서트의 전초전 격으로 이루어지는 것. 수원시향은 오는 6월 5일, 뉴욕의 유서 깊은 공연장인 카네기홀 무대에 설 예정이다.

뉴욕 한국문화원 개원 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인 이번 공연을 통해서 수원시향은 국내를 넘어 세계무대에 한국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알리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모처럼의 해외공연에 대한 기대와 열의가 큰 만큼, 그에 대한 프리뷰 성격을 갖는 성남 공연에 임하는 단원들의 자세도 각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연에서 수원시향은 상임지휘자인 김대진의 지휘로 바버의 ‘셸리의 시에 의한 장면을 위한 음악’,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6번 ‘비창’ 등을 연주한다. 이 가운데 베토벤과 차이코프스키의 작품들은 우리 청중들에게 익숙하지만, 바버의 작품은 생소할 것이다.

피아니스트 김대진
새뮤얼 바버는 영화 '플래툰'에 삽입된 ‘현을 위한 아다지오’로 유명한 미국의 20세기 작곡가이다. ‘셸리의 시에 의한 장면을 위한 음악’은 그가 25세 때 발표해 큰 인기를 얻은 출세작이다. 셸리의 ‘사슬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관현악곡으로, 바버 특유의 영적인 기운이 느껴지는 음악이다. 아무래도 미국 청중들을 감안한 선곡이겠지만, 우리 청중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가작이다.

베토벤의 협주곡에서는 요즘 한창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세대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자로 나선다. 김선욱은 지난 2006년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스타덤에 오른 이래 가장 각광 받는 젊은 피아니스트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KBS, 서울시향 등 국내 유수의 교향악단들은 물론,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관현악단 등 세계적인 악단들과 협연을 가졌고, 본 베토벤 페스티벌, 루르 페스티벌, 아스펜 음악제를 비롯하여 독일, 스위스, 영국 등지에서 독주회를 성공리에 치러 성가를 높여왔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향과의 협연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을 안정감 있게 소화해내 호평을 받으면서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시켜 주었다.

신세대 피아니스트 김선욱
특히 김선욱은 이번 공연에서 지휘를 맡을 김대진과 사제지간으로 유명하다. 순수 국내파로서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를 연속 석권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김선욱의 뒤에는 김대진이라는 스승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스승은 지휘자로, 제자는 협연자로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근래 수원시향의 연주회를 통해서 자주 호흡을 맞춰온 만큼, 두 사람은 이번에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좋은 연주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은 그 동안 김선욱이 즐겨 다뤄왔던 레퍼토리이다. 아마도 성남의 청중들은 재작년 봄 정명훈이 지휘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내한공연에서 이 곡을 멋지게 소화해냈던 김선욱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그로부터 2년, 같은 장소에서 진일보한 그의 모습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