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정이 꿈꾸던 순수연극의 부활을 위해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5.21 03:15

40대 연출가 5명 '정보연극전' 열어

지난 연말 46세로 별세한 배우 박광정씨가 남긴 서울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박정희·최용훈·박근형·이성열·양정웅 등 고인과 동년배로 친분이 두터웠던 40대 연출가 5명이 축제를 벌인다. 27일 개막하는 제1회 정보연극전 《다시(多視)》다. 이들 일명 '오인회(五人會)'의 대표작 5편이 릴레이 공연된다.

"3년 전부터 우리 세대와 정신에 걸맞은 실험적인 극장을 같이 사용해보자고 서로 약속을 했어요. 성균관대 쪽 한 극장과 가계약까지 했는데 광정씨가 돌아가시면서 정보소극장이 운영자를 찾는다고 해 건너온 겁니다."

박광정이 운영했던 정보소극장은 높이가 있어 연출가들이 좋아하는 극장(97석)이다. 이성열은 "대학로에서 순수연극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극장이 점점 사라져가는 데 대한 저항이자, 고인의 뜻대로 비상업적 연극 정신을 씨앗과 바이러스처럼 퍼뜨리고 싶은 소망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연극전을 여는 연출가 양정웅·이성열·박정희·최용훈·박근형(왼쪽부터)./바나나문프로젝트 제공
이번 축제를 여는 연출가는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울릉도를 배경으로 한 연극 《선착장에서》는 촉각부터 건드린다. 부드러운 포옹의 감촉이 아니라 물에 불린 몽둥이처럼 위협적인 무게로, 거센 파도로 압박해온다. 파도가 높아 배가 안 뜬 지 열흘, 뭍의 관광객만 바라보고 사는 섬사람들의 일상도 헝클어진다. 이때 터져 나온 사망 사건. 광적인 에너지와 희극성이 충돌한다.

극단 풍경의 연출가 박정희가 대표작 《하녀들》로 이어받는다. 장 주네 원작의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무엇인지, 또 인간이 그 욕망으로부터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이다. 원작에는 없는 형사라는 인물을 새로 추가해 두 하녀의 동반자살 사건을 관찰하고 마담 역까지 맡게 하는 새로운 형식이 재미있다.

정보연극전은 작은신화의 《똥강리 미스터리》(연출 최용훈),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양정웅)으로 이어 달리고 백수광부의 《여행》(이성열)으로 닫힌다. 《똥강리 미스터리》는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마을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추리극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한국화(化)'로 호평받으며 영국 바비칸센터에 초청됐던 작품이고, 《여행》은 친구의 장례식장에 간 40대 남자들의 허허롭고 흔들리는 모습을 포착한다. 고인에 대한 진혼곡 같다.

박광정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 '하얀 거탑', 영화 '넘버3' '물고기 자리' 등에서 긴장을 이완시키는 조연으로 사랑받았다. 2001년부터는 극단 파크를 만들어 '서울노트' 등을 연출했다. 말없이 웃기고, 장면을 빚어내는 창작력이 강한 연극인이었다.

▶정보연극전은 8월 2일까지 대학로 정보소극장. (02)764-7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