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5.15 03:32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매년 7월 마지막 주 금~일요일에 열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런데 올해는 같은 시기 경기도 이천에서 또 다른 축제형 대형 록 공연인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공연기획사는 펜타포트에서 뮤지션 섭외와 무대 설치 등을 담당했던 '옐로우 나인'. 이 회사 사장은 펜타포트의 주 기획사 '아이예스컴' 출신. 두 회사는 실과 바늘처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두 회사가 올해는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눠야 하는 입장이 된 것. 양측의 주장은 여러 곳에서 엇갈린다. 하지만 명백한 건 비슷한 형태의 록 페스티벌이 정확히 동일한 날짜에 열린다는 점. 팬들의 열망을 등진 처사다. 팬들은 "두 회사가 조금씩 양보해 날짜 조정만 했어도 관객들은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유명 록 밴드들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느냐?"며 비난을 쏟아낸다.
물론 여기에는 사정도 있다. 유명 팝·록스타의 내한공연 중 상당수는 일본, 중국 등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투어를 예고한 아티스트의 스케줄에 한국 공연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 공연만 단독으로 유치하는 것보다 개런티가 훨씬 싸게 들기 때문.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도 일본에서 13년째 열리고 있는 유명 야외 공연인 후지 록 페스티벌 출연진 섭외가 중심이다. 그래서 올해도 두 기획사는 이 페스티벌 스케줄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양사의 자존심 싸움 또한 이런 '맞불'에 단단히 개입돼 있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가뜩이나 불황 때문에 힘든 록 공연 시장이 다 망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어차피 록 공연을 찾는 국내 마니아 숫자는 2만~3만명 선. 한정된 시장을 나눠 먹으려 서로 물어뜯으면 양쪽 다 피 철철 흘릴 수밖에 없다. 아직도 적자를 기록 중인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행사 취지에 공감한 기업체 등의 협찬과 후원으로 버텨왔다. 관객 입장 수익을 훨씬 능가하는 액수였다. 그러나 이런 '이전투구(泥田鬪狗)' 속에 두 행사가 이미지, 수익 양쪽에서 모두 처참한 결과를 남기면 기업체들 후원이 자취를 감출 것은 자명하다. 그렇게 되면 이 땅에서 록 페스티벌은 다시 절멸할 가능성이 크다. 장대비 맞아가며 록 음악에 몸을 내던진 팬들의 함성 끝에 겨우 뿌리를 내린 화합의 축제 문화,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