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원작(原作) 현대적 재해석 강렬한 이미지 부족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5.14 03:30

연극 '페르 귄트'

극단 여행자의 연극 《페르 귄트》(Peer Gynt)는 담요를 뒤집어쓴 페르 귄트(정해균)와 홀어머니(김은희)를 보여주며 출발한다. 옆에는 유아용 자전거가 있다. 가난하지만 "하늘을 날 수 있고, 장차 왕이 되겠다"고 허풍을 떠는 페르는 이제 여행을 떠날 참이다. 비현실적 공상은 충격적인 추락을 예고한다.

등장인물 이름과 표현방식을 한국적으로 바꾼 《한여름 밤의 꿈》으로 유명한 연출가 양정웅은 입센 원작의 《페르 귄트》를 재해석했다. 특히 2막은 무기 밀매로 성공한 페르가 어느 해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으로 열린다. 그가 좋아하는 노래는 〈마이 웨이〉다. 이집트의 정신병원, 비행기 추락, 쇼핑 카트의 행렬도 등장한다.

검은 우산과 흰 국화꽃으로 표현한 장례식 장면은 고요한 정물화 같았다. 하지만 놀이터처럼 꾸며진 무대는 무질서했다. 필수불가결할 것 같은 세트는 없었다. 천장까지 이어진 거대한 거울은 배우들의 뒷모습도 보여주며 심리적 공간을 확장시키려고 했지만 그 덩치만한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무대 한복판에 있는 플라스틱 부스는 마지막에 가서야 용도가 드러나는 등 전체적으로 기능성이 약했다.

양정웅에게 LG아트센터 무대는 아직도 커 보였다. 이야기(내용)와 이미지(형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 같았다. 솔베이지의 우산처럼 자주 등장하지만 형질 변환이나 설명이 부족해 모호해진 오브제(objet)도 있었다. 관객이 이 3시간짜리 연극을 즐겁게 견디려면 더 과감하고 강력한 이미지가 필요하다.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정해균, 여행자 단원들의 앙상블은 인상적이었다.

▶16일까지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