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5.14 03:31
연극 '불가불가'
"당신들 뭐 하는 거요! 빨리 나가요!" 배우 이호재가 객석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나가버렸다. 연극 《불가불가》(이현화 작·채윤일 연출)의 마지막 장면. 공연은 그렇게 끝났다. 커튼콜도 없었다. 관객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짐을 챙겨 일어섰다. 누군가 중얼댔다. "특이하네. 그런데 재밌다!"
《불가불가》는 연극과 실제상황, 허구와 현실을 교묘하게 포갠다. '불가불(不可不) 가(可)'인지 '불가(不可), 불가(不可)'인지,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호한 역사의 갈림길, 그럴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아픈 과거를 들춘다. 조선 선조 때 '10만 양병(養兵)설'에 대한 두 입장, 병자호란 때 주화파·주전파의 충돌, 1905년 을사조약에 대한 찬반(贊反) 등을 이어 붙이며 "불가불가!"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불가불가》는 연극과 실제상황, 허구와 현실을 교묘하게 포갠다. '불가불(不可不) 가(可)'인지 '불가(不可), 불가(不可)'인지,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호한 역사의 갈림길, 그럴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아픈 과거를 들춘다. 조선 선조 때 '10만 양병(養兵)설'에 대한 두 입장, 병자호란 때 주화파·주전파의 충돌, 1905년 을사조약에 대한 찬반(贊反) 등을 이어 붙이며 "불가불가!"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관객이 입장할 때 배우들은 무대에 노출돼 있었다. 객석 등을 켠 채 연극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그 속에서 또 다른 연극을 연습 중인 배우들은 대사를 '던지고' '받으며' 입을 맞춰본다. 같은 에피소드가 다른 속도와 색깔로 되풀이되는데 마무리는 역시 배우5(김인태)의 "불가불가!"다. 개막을 하루 앞둔 총연습, 방송국에서 촬영하러 나오고 연출가(이호재)가 "아예 극중인물이 돼 연기하라"고 윽박지르면서 사건이 터진다. 극에 몰입한 계백장군(이찬영)이 칼로 배우5를 내려친 것이다.
관객은 많이 웃었다. 연극이 숙성되는 과정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연극과 현실을 혼동하는 계백장군, 원로배우 김인태의 호흡과 세부 묘사, 음악과 조명의 타이밍, "연기자는 대사 열 마디보다 한 마디가 힘들고, 말 없는 눈짓이 더 힘들다"는 진리, 소리 지르고 대본을 집어던지면서 객석을 긴장시키는 배우 이호재…. 서로 다른 두 개의 시·공간을 겹쳐 보여주는 구성이 치밀했다. 여러 연습 장면을 이어 붙인 연극이라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건 단점이었다. 연출은 무대를 객석까지 확장하려 했지만, 넓어진 공간을 채울 만한 밀도는 약했다. 대극장에서는 소극장과 달리 '그림(비주얼)'도 필요한데 그런 미학은 부족했다. 1987년 초연작으로 올해 서울연극제에 초청됐다.
▶1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720-9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