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 듣는 국악관현악… 국립극장 '정오의 음악회'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5.14 03:31

클래식 음악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낮 음악회가 국악으로 번졌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정오의 음악회'. 무대에 나선 가야금 명인 황병기(73)씨는 가야금 대신 마이크를 먼저 잡았다. "첫 음악회에 왕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날이니만큼 상세한 해설보다는 일단 시간 단축이 임무인 것 같네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는 황씨의 말씨는 구수하기 그지없었다.

국립극장이 이달부터 시작한 '정오의 음악회'는 공연장이 잠들어 있는 낮 시간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해설을 곁들여 국악 저변을 확대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 효과가 있다. 이날 첫 곡인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은 지난해 2월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 때도 연주됐던 곡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지휘 원영석)의 해맑은 해금의 선율로 시작하자 서양식 오케스트라보다 한층 정감이 넘쳤다.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아내의 유혹〉 메들리와 함께 국악 동요, 퓨전 국악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대중성을 배려했다.

황씨는 1974년 작품인 〈침향무〉 말미를 직접 들려주며, 연주와 해설의 '1인 2역'을 맡았다. 실수로 〈아내의 유혹〉을 〈여자의 유혹〉으로 말할 때에는 객석에서 잠시 웃음이 일었다. 하지만 "아쟁에서는 우리의 흙내가 난다" "피리는 새벽의 수탉 울음처럼 정기 넘치는 소리가 나야 한다"는 해설과 함께 악기 소리를 실연으로 들려주자 공감대도 따라서 커졌다.

1시간여의 연주회가 끝난 뒤 공연장 복도에 차려놓은 떡과 전통차는 따뜻한 '덤'이었다. '정오의 음악회'는 올해 5차례 더 열린 뒤, 내년부터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마다 개최된다. (02)2280-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