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5.14 03:31
뮤지컬 빨래의 '참 예뻐요'

왜 한국 뮤지컬 노래 중에는 〈메모리〉(캣츠)나 〈밤의 음악〉(오페라의 유령) 같은 명곡이 탄생하지 않느냐, 어째서 우리 뮤지컬 작곡가들은 그런 히트곡을 쓰지 못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면 여쭙고 싶다. "명곡인지 아닌지 판단할 안목이 있다고 확신하시나요?" 제작자들이 그런 말을 할 때는 살포시 또 이런 말씀도 드리고 싶다. "어머나, 그럼 왜 님들은 숨겨진 히트 콘텐츠를 발굴하여 영리하게 팀을 꾸린 후 빛나는 마케팅으로 세계적인 '대박'을 치지 못하시죠?" 물론 이건 상상 속의 말대꾸고, "아 네, 그러니까요. 호호호…" 하고 송구스러운 듯 착하게 웃는 것이 가증스러운 나의 현실이다.
히트곡의 배후에는 곡 자체의 힘 외에 제대로 된 제작·홍보·마케팅 등이 필수적으로 존재하며, 명곡인지 아닌지는 일반 대중이 한두 번 듣고 판단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작년 말 국립극장에서 공연되었던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는 〈선라이즈 선셋〉을 포함한 세계적 히트곡들이 몇 개나 있었음에도 티켓 판매 사이트의 공연 후기에는 '기억에 남는 명곡이 하나도 없다'(mimi73) '음악은 너무 잔잔하구여, 졸음이 와요'(christan) 같은 평이 올라왔다. 이분들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창정의 노 개런티 출연으로 널리 알려진 뮤지컬 《빨래》에서 몽골 노동자 솔롱고가 부르는 〈참 예뻐요〉(민찬홍 작곡, 추민주 작사)에는 진심이 듬뿍 들어 있다. 가사와 멜로디가 잘 조화되었고 가수로 하여금 목소리를 뽐낼 수 있도록 하는 부분도 확실한 좋은 곡이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찾아본 홍보 동영상에서 홍광호가 "느끼나요, 타버릴 것 같은 내 심장~"을 부를 때, 머리로는 '이건 좀 신파군!'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이 펑 쏟아졌고, 대중에게 노출이 제대로 되어 우리나라 최초로 뮤지컬에서 나온 히트곡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좋은 곡이 반드시 히트하는 것은 아니니 일단은 나의 바람일 뿐이겠지만.
▶《빨래》 공연은 6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