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초등생 연극좀 만들어 주세요"… 엄마들이 뿔났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5.05 03:01

오늘 어린이날 공연 200여편중 한편만 제외하곤 '유아극' 일색 극단 "사교육때문에 흥행안돼"

어린이극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엄마들이 나섰다. 한창 정서와 인지 능력이 발달할 단계인 초등학생을 위한 어린이극은 찾아볼 수 없고, 텔레비전 만화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유아용 공연 일색인 현 어린이극 상황을 걱정해서다.

연극놀이, 마당극 놀이를 체험하는 어린이문화예술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이 '어머니 공연 평가단'을 만들어 인터넷 홈페이지(www.kccac.org)에서 어린이극의 품질, 적정 관람 연령 등 요긴한 정보를 알려준다. 평가단 회장인 이소라(40·서울 돈암동)씨는 중학생 아들을 둔 평범한 주부. 아이가 초등학생 때 활동을 시작했다. 평가단 회원은 200명으로, 한 달에 한번씩 아이들과 공연을 보고 채점표를 공개한다. 또 '올해의 좋은 아동극'을 직접 선정, 십시일반 모은 50만원을 상금으로 주고 있다. "초등학생들도 볼 만한 좋은 연극을 만들어 달라"는 뜻에서다. 지난해 게임중독과 사교육을 소재로 한 초등학생용 어린이극 '우리는 친구다'로 이 상을 받은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는 "5억원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큰 격려가 됐다"고 했다.

장애를 소재로 한 어린이극‘슈퍼맨처럼’. 텔레비전 유아 프로그램 캐릭터를 이용한 이벤트성 공연이 대다수인 5월 어린이극 시장에서 예외적으로 초등학생을 겨냥한 공연이다./극단 학전 제공

오늘 어린이날 전국에서 공연되는 어린이극은 약 200편.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관계자는 "초등학생을 겨냥한 작품은 '슈퍼맨처럼' 한 편뿐"이라며 "이번 시즌에는 꼬마 펭귄 뽀로로를 주인공으로 한 '뽀로로와 비밀의 방', 비눗방울 마술쇼 '팬 양의 버블월드', 그림 형제의 동화가 원작인 '브레멘 음악대' 등 3~7세 어린이에게 적당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08문예연감'에 따르면 2007년 공연된 아동극은 1338편. 2006년(685편)에 비해 무려 2배나 폭증했지만, 뽀로로·뿡뿡이·디보 등 EBS의 인기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같은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무대로 옮긴 유아용이 절대 다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초등학생을 위한 어린이극이 '멸종' 위기에 처한 건 사교육과 시장 논리 때문이다. 초등학생만 되어도 학원 다니느라 바쁘니 극단들도 이들을 겨냥한 작품을 기피하게 된다. 극단 사다리의 정현욱 대표는 "캐릭터를 이용한 이벤트성 공연이 많은 것은 극단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지만, 의욕만으로 초등학생용 작품을 만들기에는 (시장의)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어린이극 전문가들은 일본 등에서 효과를 본 학교 순회공연을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김우옥 전 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은 "교육적 측면에서도 의지를 갖고 시행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