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붓 삼아… 물감 느끼며 맘껏 그려보세요"

  • 손정미 기자

입력 : 2009.05.04 03:01

어린이 미술학교 연 서울대 김병종 교수

"저는 어릴 때 낙서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선생님한테 많이 혼났어요. 초등학교 선생님이 '너는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고 꾸짖으시면 속으로 '화가가 될 건데'하고 생각했어요. 여러분도 그리고 싶은 것 맘껏 그리고, 붓이 아닌 손으로 물감을 느끼면서 그려보세요."

동양화가 김병종 교수(서울대 미대)가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의 전통한옥 옥란재(玉蘭齋)에서 '미술학교'를 열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미래상상연구소가 마련한 '소풍도 즐기고 상상력도 키우는 옥란재 이야기 학교' 프로그램에 신청한 어린이 20여명과 부모가 참여했다.

수탉이 할미꽃과 애기똥풀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열린 미술학교에서 김 교수는 우선 어린이들에게 손가락으로 물감을 찍어 도화지에 상상력을 펼치게 했다. 그는 "손으로 그림을 찍어 그리는 체험을 통해 자신의 심성을 잘 드러낼 수 있다"며 "어렸을 때 진흙 위에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던 시절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1일 오후 경기도 화성의 옥란재에서 김병종 교수가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보며 설명해 주고 있다./미래상상연구소 제공

김 교수는 어린이들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햇볕에 말리고 있는 동안 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이어갔다. 그는 "후기산업사회가 되면서 실내에서 즐기는 문화가 압도하고 있는데 오늘같이 야외에서 어린이들이 그림잔치를 벌이는 것을 보니 하루가 풍성해 보인다"며 "문화와 예술은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부모들이 취학 전 아이들 손을 잡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견학을 갑니다. 그곳에서 예술품과 나의 관계를 배우고 타인에 대한 관계도 배우는 것입니다. 예술품을 보는 것뿐 아니라 예절을 배우는 것이죠." 김 교수는 러시아를 우리보다 못한 나라로 생각하기 쉽지만 돈이 생기면 빵을 사기보다 볼쇼이 발레 입장권을 살 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높은 나라라고 소개했다.

강의에 이어 남성 성악가들로 구성된 앙상블팀 '극장을 떠난 바보 음악가들'이 나와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오 솔레 미오' '향수' 등 10여 곡을 선사했다. 정헌관 국립산림과학원 전문위원은 '나무 이야기'를 주제로 야외 강의를 했다.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전 정동극장장)는 "우리나라는 가족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주말이 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이 없다"면서 "온 가족이 자연을 느끼고 공부도 하자는 취지에서 '멀티플렉스 야유회'를 마련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