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색(色)이 빚어내는 봄의 색깔은…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4.30 03:49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등 현악4중주 공연 줄이어

2대의 바이올린, 1대의 비올라, 1대의 첼로가 어우러지는 현악 4중주는 보통 클래식 감상의 종착역으로 불린다. 웅장한 대(大)편성 교향곡에 가슴 벅차고, 서정적 오페라 아리아에 눈물 흘리다가도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오르듯 언젠가는 현악 4중주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현악 4중주는 '악성(樂聖)' 베토벤이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완성에 매달렸던 장르이기에 절대고독과 심연(深淵)의 이미지는 더욱 뚜렷하다.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와 타카치 4중주단 내한공연 등 현악 4중주가 올봄의 끝자락을 장식한다.

다음 달 베토벤 현악 4중주를 연주하는 주피터 현악 4중주단. 맨 오른쪽이 제1바이올 린을 맡고 있는 한국계 넬슨 리(Lee)./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 제공
"현악 4중주는 오케스트라의 핵심이다"(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1976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 등 유수의 콩쿠르에 입상했고, 55세라는 나이가 무색한 동안(童顔)과 우아한 활 테크닉으로 '바이올린의 어린 왕자'로 불리는 연주자가 강동석 연세대 교수다.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의 예술감독인 강 교수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를 바로 곁에서 둘러싸고 있는 악기군(群)만 보아도 그의 말을 짐작할 수가 있다. 악장이 이끄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라는 대형(隊形)은 압축하면 그대로 현악 4중주의 편성이기도 하다.

오는 5일 개막하는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에서 에벤 현악 4중주단, 시네 노미네 4중주단, 주피터 4중주단이 베토벤의 현악 4중주 전곡을 나눠서 연주한다. 주피터 4중주단의 제1바이올린을 맡고 있는 넬슨 리는 피아니스트 이대욱 한양대 교수와 피아니스트 문용희 피바디 음대 교수의 아들이다.

"현악4중주는 '꽃보다 남자'의 F4다"(김효진 '라 무지카' 편집장)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TV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4명에 현악 4중주를 비유하는 건 지나친 아전인수(我田引水)일까. 김효진 편집장은 "현악 4중주는 구준표(제1바이올린), 윤지후(제2바이올린), 소이정(비올라), 송우빈(첼로)처럼 음색과 빛깔이 다른 네 명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팀의 리더인 제1바이올린이 앞서서 음악적 키를 쥐고 나가면,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첼로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좌하게 된다"는 것이다.

6월 내한하는 타카치 현악 4중주단은 베토벤과 바르토크의 4중주 등으로 명성이 높다./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제공
"현악 4중주는 죽었다"(피에르 불레즈)

20세기의 명(名)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불레즈는 이렇게 단언했다. 사실은 소나타 같은 고전적 양식이 더 이상 현대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다는 뜻이었지만, 이 말이 현실에서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르토크(6곡), 야나체크(2곡), 리게티(2곡) 등 동구권을 중심으로 현악 4중주의 가능성에 새롭게 주목한 작곡가들이 잇따랐고, 아르디티 현악 4중주단과 크로노스 4중주단 등 20세기 현대음악만 전문으로 연주하는 앙상블도 생겨났다.

불레즈의 말과는 관계없이 국내에서 교향악·오페라·독주(獨奏)에 비해 호응이 덜한 '비인기 장르'가 실내악이다. 알반 베르크 4중주단, 에머슨 4중주단, 하겐 4중주단, 타카치 4중주단 등 세계 정상급 콰르텟(Quartet)이 내한해도 최대 티켓 판매량은 1000장 안팎이다.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 5월 5~18일 세종체임버홀 등, (02)712-4879

▶타카치 현악 4중주단과 피아니스트 손열음, 6월 18일 LG아트센터, (02) 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