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레조프스키, 쇼팽·브람스 등 2번 협주곡 연주회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4.30 03:46

이번엔 '2번'만

쇼팽·라흐마니노프·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만을 모아서 하루에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마스트미디어 제공
올 때마다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다. '건반 위의 사자'로 불리는 러시아 명(名)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38)의 내한 연주는 매번 사건으로 기록된다.

2002년 까다로운 기교로 악명 높은 리스트의 〈초절(超絶) 기교 연습곡〉 전곡(全曲) 연주를 시작으로 ▲2003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 연주 ▲2005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곡 연주 ▲지난해 러시아 협주곡 3곡 연주까지 모두 그랬다.

19세 때인 1990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남들이 한 곡 연주하기도 쉽지 않은 협주곡을 하룻밤에 3~5곡씩 내리닫이로 쳐버리고, 다들 까다롭게 여기는 난곡(難曲)을 골라서 도전한다.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협연 무대 역시 마찬가지다. 쇼팽·라흐마니노프·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등 '2번 협주곡'만을 모아서 연주하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수많은 젊고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 정상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더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어요."

지난 27일 내한한 그는 "지금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1곡만 협연하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리사이틀을 여는 건 내게 큰 의미가 없다. 심지어 아침 식사를 할 때에도 오렌지 주스를 마실지 고를 수 있는데, 청중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건 당연하다. 낭만주의(쇼팽), 러시아(라흐마니노프), 고전(브람스) 등 피아노 협주곡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골랐다"고 말했다.

'모든 곡을 지나치게 쉽게 연주한다'는 것이 그에게 따라다니는 유일한 비판이다. 하지만 베레조프스키는 "때로 사람들은 실수하거나 망치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테니스 선수도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좌우되듯이, 피아니스트도 그날 기분이나 자신감에 따라 얼마든지 연주는 달라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베레조프스키의 부인은 러시아 이주 한인의 후손인 한국계 바이올리니스트이며, 그 자신은 '도스토옙스키의 후손'답게 도박 애호가이다. 인터뷰에서도 "음악도 모든 것을 잊고 자기 자신을 완전히 바치게 된다는 점에서 도박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이번 내한에서 베레조프스키는 동료 지휘자이며 첼리스트인 드미트리 야블론스키의 지휘로 유라시안 필하모닉과 '2번 협주곡'들을 협연한다. 

▶베레조프스키 '2번 협주곡의 밤', 30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1일 서울 예술의전당, (02)541-6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