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4.27 05:45
연극 '봄날'
"무심한 놈들… 얼굴이나 다시 봤으면. 죽기 전에… 다시 봤으면…."
매미가 울어대는 어느 여름, 비쩍 마른 아버지(오현경)가 말한다. 느리지만 낮게 깔려서 가슴을 쿵 치는 호흡이다. 아버지는 물끄러미 먼 곳을 바라본다. 돈을 훔쳐 가출한 아들들을 쓰다듬는 시선이다. 깊은 눈빛 속에 묻어둔 말들이 어렴풋이 전해질 때, 암전(暗轉).
극단 백수광부의 《봄날》(이강백 작·이성열 연출)은 오현경의 연극이었다. 제30회 서울연극제에 초청돼 25년 만에 다시 그 역을 맡은 배우 오현경은 대체 불가능할 것 같은 아버지를 그려냈다. 《봄날》에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절대권력처럼 군림하다 소멸해가는 인물이다. 올해 일흔셋의 나이인 오현경은 마르고 늙은 몸으로도 차돌처럼 강인한 인상과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을 보여줬다. 발성과 화술은 다른 배우들을 압도했다. 아들들에게 지팡이를 휘두를 때, 소리를 빽 지를 때도 합당한 감정이 뭉쳐져 있었다.
매미가 울어대는 어느 여름, 비쩍 마른 아버지(오현경)가 말한다. 느리지만 낮게 깔려서 가슴을 쿵 치는 호흡이다. 아버지는 물끄러미 먼 곳을 바라본다. 돈을 훔쳐 가출한 아들들을 쓰다듬는 시선이다. 깊은 눈빛 속에 묻어둔 말들이 어렴풋이 전해질 때, 암전(暗轉).
극단 백수광부의 《봄날》(이강백 작·이성열 연출)은 오현경의 연극이었다. 제30회 서울연극제에 초청돼 25년 만에 다시 그 역을 맡은 배우 오현경은 대체 불가능할 것 같은 아버지를 그려냈다. 《봄날》에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절대권력처럼 군림하다 소멸해가는 인물이다. 올해 일흔셋의 나이인 오현경은 마르고 늙은 몸으로도 차돌처럼 강인한 인상과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을 보여줬다. 발성과 화술은 다른 배우들을 압도했다. 아들들에게 지팡이를 휘두를 때, 소리를 빽 지를 때도 합당한 감정이 뭉쳐져 있었다.
1984년 초연된 연극이라서 그 시절과 관련된 알레고리는 이제 약해졌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셋이나 내쫓았고 장남(이대연)이 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다. 병약한 막내를 뺀 다섯 아들들은 반항심으로 들끓다가 마침내 폭발한다. 회춘(回春)할 수 있다며 아버지 얼굴에 뜨거운 송진을 바른 뒤 돈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그 시절 신문에 실리던 '사람 찾는 광고'가 재미있다. "모든 일을 용서하겠음. 속히 돌아오길 요망함…."
대극장 경험이 부족한 몇몇 배우들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데굴데굴 떼떼구르~" "음매~" 같은 놀이의 음악성, 정물화 같은 무대와 그윽한 조명은 이 우화(寓話)와 잘 어울렸다. 졸음이 쏟아지며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낮과 사건이 터질 듯한 밤을 이어 붙인 리듬감도 좋았다. 이대연은 개막날 부친상을 당하고도 '근심 많지만 안정적인' 어머니 연기를 보여줬다.
▶28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744-7304
대극장 경험이 부족한 몇몇 배우들의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데굴데굴 떼떼구르~" "음매~" 같은 놀이의 음악성, 정물화 같은 무대와 그윽한 조명은 이 우화(寓話)와 잘 어울렸다. 졸음이 쏟아지며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낮과 사건이 터질 듯한 밤을 이어 붙인 리듬감도 좋았다. 이대연은 개막날 부친상을 당하고도 '근심 많지만 안정적인' 어머니 연기를 보여줬다.
▶28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744-7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