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 “제 작은 소망? 대중을 위한 ‘클래식 선교사’”

입력 : 2009.04.21 09:22



[OSEN=박희진 기자] “우리 민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세요? 그 중에서도 ‘아리랑’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해서 잘 모르겠지만 담겨져 있는 에너지가 정말 대단해요. ‘아리랑’에 함축된 에너지는 어마어마합니다.”

한국적인 선율의 민요 가락이 아름답게 제대로 표현되는, 그래서 우리 가슴 속 깊이 담겨진 한을 끌어올리는 바이올린의 음색이 놀랍다. 클래식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45,숙명여대 교수)이 여덟 번째 테마콘서트에 ‘민속음악리사이틀’이란 타이틀로 세계 민속음악을 바이올린의 음색으로 펼쳐보였다.

‘민속음악리사이틀’ 유시연의 여덟 번째 바이올린 테마콘서트

‘Folk Tunes’ 민속음악리사이틀, 유시연의 여덟 번째 바이올린 테마콘서트는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을 알리는 독특한 무대와 더불어 우리 민요 ‘아리랑’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클래식계 독특한 테마콘서트와 ‘아리랑’의 바이올린 연주는 완벽한 우리민족의 얼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바이올린에 우리민요의 옷을 입혀 익숙한 우리음악으로 재탄생 시킨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은 7년의 노력 끝에 선보인 바이올린 ‘아리랑’을 연주하며 “진짜, 우리민요를 연주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진짜 우리 민요’는 무엇일까.

그녀의 테마콘서트는 기존 연주회와는 기획부터 달랐다. 단순히 우리 가락을 따라 우리 민속 악기로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우리가락의 정석으로 서양악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클래식과 민요가 어울려 소통하는 무대였다.

“어떻게 하면 재밌을 까…. 참, 고민 많이 했어요.(웃음) 클래식이 어렵다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야겠단 생각을 했죠. 그러다가 좋은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준비해왔어요. 그렇게 준비한 테마콘서트예요. 세계 민속음악, 민요들을 모은 이번 콘서트는 테마콘서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기획했던 일이죠.”

‘세계 속의 아리랑’ 아리랑의 재탄생

2002년 미국 AP통신은 ‘세계 속의 아리랑, 아리랑의 세계화’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기사를 실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에 저명한 음악인들이 모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 선정 위원회’를 만들고 노래 하나를 선정했는데, 그 곡이 바로 우리의 ‘아리랑’이라는 것이다.

“너무 반가운 기사였어요. 그 말은 곧, 우리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란 말이잖아요. 세계가 인정했다는 것이죠. ‘아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이예요.”

유시연은 세계 속 ‘아리랑’의 위대함을 거듭 이야기 한다. 우리는 우리의 것이라서 잘 모르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에 잊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서만 불린다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리랑’을 연주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아리랑’에 관한 악보를 구하기 시작했죠. ‘아리랑’ 뿐만이 아니라 세계 민속음악 전반을 수집하고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외국에 나갈 때마다 민속음악 악보를 모았어요. 400여곡의 악보를 구했죠. 그 많은 곡들을 해보고 또 해봤어요.”

그리고 2009년 4월, 7년 동안 세계 민속음악의 매력을 찾아 헤매던 유시연은 여덟 번째 테마 콘서트로 ‘민속음악리사이틀’를 선보였다.

일회성 연주는 안 된다. 우리 씨앗을 뿌려야지

자신들의 나라음악을 들고 다른 나라에 가서 연주를 하는 것. 물론 그렇게 자신의 것을 알리고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건 너무 아쉽다고 말한다. 국외에서 한국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것이다. 한 번의 방한공연으로 그 민족의 음악을, 그 민족의 짙은 향기를 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바르톡이 헝가리 음악을 세상에 알렸듯이, 브람스가 헝가리 무곡을 편곡해서 새롭게 탄생시켰던 것 같이, 우리 음악의 기본을 그대로 지키되 바이올린이란 악기로 그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는 데에 중점을 뒀죠.”

그냥 따라서 흉내를 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 민요에 담겨진 꾸밈음이나 시김새, 그 특유의 장단이나 ‘숨’으로 표현되는 리듬을 생각해야 한다.

“제가 귀가 좋은 편이예요. 국악을 하는 사람들의 추임새와 멜로디를 잘 듣고 흉내 내는 것만은 아니죠. 민요, ‘아리랑’ 그 맛을 살리고 싶었어요. 국악을 알아야 이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자료를 수집하고 계속해서 들었어요. 해금을 배우기도 했죠. 그래도 그 맛을 바이올린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더라구요.”

바이올린의 깨끗하고 맑은 선율에 익숙했던 유시연은 2002년부터 우리민요의 독특한 음색에 빠져든다. 그 독특한 한국적 민요는 있는 그대로 연주하기는 쉽지 않았다.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데에 있어서는 변환작업이 필요했다.

한국적인, 느낌 그대로를 살리고 싶었다

“처음 제가 생각했던 편곡작업은 피아노 반주와 바이올린으로 우리 민요 그대로를 담아내되 국악의 리듬을 살려내는 것이었죠. 하지만 서양음악 작곡가들은 국악을 서양음악처럼 변화시키려 하거나 아예 창작하려들기만 했었죠. 민요가락을 그대로 손상 없이 옮기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서양음악 작곡가에게 원형 그대로를 피아노 반주와 바이올린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부탁도 해보고, 국악작곡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국악작곡가는 해금이면 몰라도 바이올린은 어렵다고 말렸다. 우리음악과 서양악기의 어울림을 시도한 유시연은 애초부터 기대하긴 어려운 작업을 시도했다.

“실지로 들어봐도 다르잖아요. 해금은 단순한 악기지만 애절함이 묻어나죠. 바이올린은 음색이 깨끗해요. 국악 작곡가들은 바이올린으로 우리 음색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며 바이올린은 밋밋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작업이라고들 했었죠.”

애절한 바이올린, ‘아리랑’의 새로운 탄생

유시연은 자신이 직접 해보자는 생각을 한다. 그 많은 ‘아리랑’을 다 찾아다녔다. ‘아리랑’이라는 ‘아리랑’은 몽땅 수집해 직접 들어보고 기록했다. 소리로 부르는 ‘아리랑’을 비롯해 악기로 연주하는 ‘아리랑’, 지역별로 다른 색을 내는 ‘아리랑’까지. 그러던 중 작곡가 양준호 씨와 피리연주가 김경아 씨의 ‘아리랑’을 듣게 된다.

“양준호 작곡가와 김경아 피리 연주자의 음악을 듣고 ‘이거다’ 싶었죠. 당장 찾아갔죠. 악보를 좀 달라고 부탁했어요. A4용지 한 장에 코드만 만들어져 있더군요.(웃음)”

한과 얼이 스며있다는 게 뭔지 몰랐다. 이 곡을 연주하면 폭발적인 힘이 느껴졌다. 그 느낌을 담아서 연주하는 법을 서서히 알게 됐다. 편곡작업이 오래 걸리고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양준호 씨의 도움으로 기본코드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고 그 다음부턴 귀로 직접 들어 하나씩 악보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악보는 간단하다. 하지만 그것을 연주하는 음색에는 여느 바이올린 소리와는 사뭇 다르다. 그것은 수백 번을 들어봐도 바이올린의 음색이 아닌 새로운 우리 가락의 우리 악기의 깊이를 더한 음색이다.

세계의 음악은 ‘하나’, 세계인이 열광하는 유시연의 ‘아리랑’

“민요를 연주 했다 해서 완성된 건 아니 예요. 중요한건 그 맛을 살리는 거죠. 우리가락이 스며든 바이올린 연주여야 가능하단 생각이죠. 해금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조금이라도 우리 가락의 맛을 느껴봐야겠단 생각이었죠. 신기하게도 국악을 배우면서 세계 음악이 하나의 맥락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기본은 하나더라구요.”

“그거 아세요? 우리의 시김새와 헝가리 민속음악의 꾸밈음이 비슷해요. 바이브레이션을 표현하는 연주법이 많아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여행갈 때마다 수집해온 400여 개의 민속 음악 악보를 연주하다보니 느껴지더라구요.”

지난 2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니 캄머 찰에서 ‘아리랑’의 바이올린 선율이 울려 퍼졌다. 그 애절하고 깊이 있는 그 음색이 한국문화를 대표해 세계 민속 음악과 더불어 하나 된 무대를 선사했다. 유시연은 당시 ‘아리랑’에 열광하는 세계 속의 우리 ‘아리랑’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리고 ‘아리랑’의 위대함을 거듭 이야기한다.

“우리의 음악이, 우리문화가 아름답다 100번 말하면 뭐하겠어요. 알려야죠. 그것도 알리자 전하자 하면 뭐하겠어요. 알릴방법을 찾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을. 우리끼리만 즐기면 뭐하겠어요.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그대로를 지키며 새로운 시도로 지금 문화를 만들어가며 말이죠. 바르톡 브람스가 그랬듯 말이예요.”

유시연은 자신이 음악인이어서 갖고 있는 몇 가지 사명감, 의무감을 이야기한다. 그 중 하나가 ‘우리음악의 뿌리를 세계에 심는 일’이라고 말한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의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야 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믿고 있다.

한국이 낳은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 그녀의 열정을 담은 ‘고집’있는 음악 무대는 진정으로 한국의 밑바탕을 짐작할 수 있는 세계적인 무대가 아닐까 싶다.

jin@osen.co.kr
<사진>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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