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빨래' 연강홀의 저주 씻어낼까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4.16 02:44

공연작마다 적자… 소극장 벗어나 중극장 무대 도전

"저주는 없다, 없다…."

28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빨래》(추민주 작·연출)가 욀 법한 주문(呪文)이다. 연강홀은 2007년 10월 재개관 이후 《나쁜 녀석들》 《컴퍼니》 《제너두》 등 뮤지컬 10여편이 줄줄이 적자를 낸 곳이다. 흥행 성적만으로 공연장을 평가할 순 없지만 '연강홀의 저주'라는 별명이 들러붙었다.

《빨래》의 도전이 주목받는 까닭은 더 있다. 2005년 소극장에서 출발해 작품성을 검증받은 이 뮤지컬로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650석 규모의 중극장무대에서 부피와 밀도를 시험할 기회다.

여기에 대중적인 배우 겸 가수 임창정이 가세하고, 조승우가 "지구에서 노래를 가장 잘한다"고 한 홍광호도 등장한다.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삽입곡 〈빨래〉)라고 노래하는 이 뮤지컬이 '연강홀의 저주'까지 헹궈낼 수 있을까.

가난하지만 건강한 삶을 담아내는《빨래》의‘솔롱고’임창정(왼쪽)과‘나영’조선명./원더스페이스 제공
지난해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폐막하기 전부터 《빨래》는 '21세기의 지하철 1호선'으로 불렸다. 서울살이 6년차 나영(곽선영·조선명)과 한국에 온 몽골 노동자 솔롱고(임창정·홍광호)의 이야기라서다. 그들의 집은 서울 달동네. "전기세 매달 5000원, 수도세 두 달에 5000원이고 여름엔 2000원 추가, 똥값도 내야 하는 보증금 300만원에 15만원짜리 방"이다.

솔롱고는 몽골어로 '무지개'라는 뜻이다. 꿈을 찾아 서울로 온 것은 나영도 마찬가지다. 경쾌한 합창 〈서울살이 몇 핸가요?〉로 열린 《빨래》는 옥상에서 빨래 널다가 만난 나영과 솔롱고의 멜로 라인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다. 홍광호가 부른 〈참 예뻐요〉 동영상은 마니아 관객의 호응을 받으며 개막 전 기대지수를 높여놓았다. "참 예뻐요/ 내 맘 가져간 사람~"

그러나 《빨래》는 달콤하면서도 쓰라리다. 해고당하는 나영, 임금을 떼먹힌 솔롱고에게 서울은 '참 못난 도시'다. 마흔 살 먹은 장애인 딸을 둔 할머니, 휘청거리는 과부가 나영을 위로하고 〈슬플 땐 빨래를 해〉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관객도 따스한 카타르시스를 체험한다. 민찬홍의 음악은 쉽고 친근해 금방 입에 붙는다.

두산아트센터 강석란 예술감독은 "흥행 성적을 따지는 공연장이 아니라 신작(창작자)을 발굴하고 키우는 인큐베이터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기업활동으로 얻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메세나 공간이라는 것이다. 연중 무료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고, 회원만 벌써 1만6000명이다.

하지만 '연강홀=흥행 필패(必敗)'라는 이미지를 깨는 건 엄연한 숙제다. 두산아트센터와 《빨래》는 이번에야말로 그 사슬을 끊겠다는 각오다. 연강홀에서는 7월부터 2007 토니상 수상작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6개월 장기공연에 들어간다. 《빨래》의 성적표가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744-1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