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가 록음악과 아리랑을 만난다고?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4.09 05:39

급진적 실험 즐기는 피아니스트 프루츠만 독주회

미국의 피아니스트 스테판 프루츠만/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은 건반 연주자들이 '피아노의 구약성서'라고 부르며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걸작이다. 그런데 구약성서를 연주하는 도중에 록 음악과 재즈, 한국의 아리랑까지 연주한다면? 불경(不敬)과 급진적 실험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미국의 피아니스트 스테판 프루츠만(Prutsman)은 즐기듯 걷는다. 9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피아노 독주회 무대다.

프루츠만은 〈평균율〉의 곡과 곡 사이에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예스(Yes)의 〈사운드 체이서(Sound Chaser)〉, 전설적 재즈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의 〈조류학(Ornithology)〉, 한국의 아리랑을 끼워 넣는다. 서양 고전음악과 비(非)클래식 음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연주하는 구성이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많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민속음악이나 대중음악을 들어보지도 않고 선입견으로 짐짓 판단을 내린다. 하지만 모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장르 간에 우열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듣지도 않고 '일본 민속음악은 나쁘고, 슈베르트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옳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으며, 진실되지도 않아요."

196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프루츠만은 14세 때부터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틈틈이 재즈를 연주하며 학비를 벌었다. 그는 "우리는 비틀스(Beatles)와 도어스(Doors), 제퍼슨 에어플레인과 사이먼 앤 가펑클을 듣고 자라난 세대"라며 "10대 후반에는 록 밴드에서 신시사이저와 건반 악기를 연주했지만, 몇 달 못 가서 해체되는 바람에 별로 유명해지진 못했다"며 웃었다.

그 뒤 1990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공동 4위, 1991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위에 입상했으며 지금은 작곡가 겸 편곡자,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프루츠만은 "클래식에서 바흐는 조성음악의 출발점이기에 세계 어느 음악과도 어울릴 법한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모든 음악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은 4월 한 달간 목요일마다 '바흐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시리즈 무대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