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4.08 09:54
박정자 손 숙 윤석화.
최근 20여년간 한국연극을 삼분해온 여배우 트리오가 다시 무대를 달구고 있다. 식지 않는 열정. 80년대 후반 홍대앞 산울림 소극장을 무대로 황금기를 연 여걸들의 에너지가 대단하다.
박정자는 지난달 말부터 산울림 소극장에서 자신의 대표작인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드니즈 샬렘 작, 임영웅 연출)를 공연 중이다. 1991년 실제 나이 오십 때 국내 초연 무대에 선 그는 이후 18년간 이 작품을 7차례 무대에 올리면서 10만 관객의 가슴을 눈물로 적셨다.
서양판 '친정 엄마'다. 엄마와 주검을 옆에 놓고 딸의 독백 형식으로 극이 진행된다.
초연 이후 벌써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지혜(1991), 우현주(2000), 정세라(2005~2007) 등이 딸로 그와 호흡을 맞췄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서은경이 일곱번째 딸로 새로 투입돼 노배우와 앙상블을 연출하고 있다.
손 숙 역시 대표작인 '손 숙의 어머니'(이윤택 작, 연출)를 오는 25일부터 5월24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지난 1999년 정동극장 초연 당시 손 숙이 "20년간 어머니 역으로 출연하겠다"고 해 큰 화제를 모았다. 10년간 꾸준히 무대에 올렸으니 약속의 절반은 지킨 셈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질곡의 근대사를 배경으로 남편의 바람기와 혹독한 시집살이에다 자식의 죽음까지 감내해야 했던 우리네 어머니의 이야기를 해학적이면서도 가슴 절절하게 그린다.
셋 가운데 막내인 윤석화의 선택은 알렉세이 아르부조프 원작의 '시간이 흐를수록'(연출 최우진). 다음달 7일부터 6월5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한다.
중년 남녀가 만나 서로를 알게 되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다. 라트비아 리가의 조용한 요양원.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40대 후반 원장 앞에 어느날 매력적인 여인 리디아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삐걱하고 다투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심스럽게 마음의 빗장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면 삶은 여전히 놀랍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지난해 말 '신의 아그네스'를 통해 연극계에 복귀한 윤석화와 중견 정명철의 2인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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