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좋은 스승 많아… 지금은 축복받은 세대"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3.31 03:14

백건우씨, 차세대 피아니스트 3명과 한 무대에

세계 유수의 명문 콩쿠르에서 입상한 젊은 피아니스트 3명이 선배 피아니스트 백건우에게 '피아노의 길'을 물었다. 포르투 국제 콩쿠르 1위 김태형(24), 리즈 콩쿠르 우승 김선욱(21), 롱티보 콩쿠르 2위 김준희(19) 등 차세대 피아니스트 3명이 백건우와 한 무대에 서는 것이다. 이들은 오는 5월 10·11일 서울 예술의전당 등에서 열리는 연주회에 앞서 30일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이 날 간담회장에서는 백건우와 후배 피아니스트들 사이에 '현장 고민 상담'이 벌어졌다. 김준희가 "젊은 연주자들이 콩쿠르 입상이나 인기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백건우는 "현실을 떠날 수는 없다고 해도 음악에 대한 성실한 태도만은 흔들리면 안 된다. 그것이 흔들리면 표면적인 성공은 가치가 없다"고 했다.

김선욱은 "새로운 곡을 연습할 때마다 겪는 스트레스나 자신과의 싸움은 어떻게 이겨내느냐"고 질문했다. 백건우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고 차라리 기권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는 넘길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고 격려했다. 김태형이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길을 묻자, 백건우는 "작곡가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고 외국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에는 악보와의 싸움"이라고 답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왼쪽에서 두 번째)와 김준희·김태형·김선욱 등 차세대 피아니스트(왼쪽부터)들이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뒤, 활짝 웃고 있다. 백건우는“젊은 연주자들이 서로 돕고 배우며 힘이 되어주는 우정이 보기에 좋다”고 했고, 젊은 피아니스트들은“연주야말로 가장 커다란 배움”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백건우는 자신의 경우 1965년 리벤트리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한국인 세계 콩쿠르 입상 1호'를 기록했던 선배 피아니스트 한동일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백건우는 "이국(異國)에서 힘들고 외로울 적마다 함께 연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셨던 분"이라고 했다. 이번 콘서트는 선배에게 받았던 '음악 사랑'을 후배에게 되돌려주는 무대인 셈이다.

젊은 피아니스트 3명은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수학한 동문이다. 김태형과 김선욱은 졸업 후 각각 독일 뮌헨 음대와 영국 런던에서 공부하며 연주하고 있고, 김준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번 합동연주회는 파리(백건우), 뮌헨(김태형), 런던(김선욱), 서울(김준희) 등 서로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함께 모이는 기회이기도 하다. 백건우는 "예전에는 연주자 개인이 각자 알아서 경력을 쌓아야 했지만, 지금은 국내에서도 좋은 스승을 만나서 공부하고 얼마든지 세계로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세대는 축복받은 세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