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장식의 두개골 무서운가 아름다운가

  • 대구=손정미 기자

입력 : 2009.03.30 03:07

대구서 '데미안 허스트'전(展)

지난 27일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전(展)이 열리고 있는 대구 대봉동 리안갤러리. 검은색 오브제가 전시장 중앙에 놓여 어두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불리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죽음의 공포〉였다. 사람 해골 위에 빈틈없이 파리를 붙여 파리 떼에 둘러싸인 죽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영국 출신의 데미안 허스트는 소를 토막 내거나 상어를 포름알데히드에 담가 작품으로 만드는 충격적인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2007년 사람 해골에 다이아몬드 8600여개를 박아 만든 〈신의 사랑을 위하여〉로 다시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죽음의 공포〉는 〈신의 사랑을 위하여〉의 맥락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진 작품으로, 국내에 처음 전시된다. 전시장에는 바탕에 다이아몬드 가루가 뿌려진 〈신의 사랑을 위하여〉 판화도 선보이고 있었다. 판화 작품임에도 실내를 압도하는 장중함이 있었다.

리안갤러리가 3년에 걸쳐 기획한 이번 전시는 5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믿음을 넘어' 섹션은 〈죽음의 공포〉와 〈신의 사랑을 위하여〉 판화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주제 의식을 보여준다. 화려한 색깔의 나비를 물감과 함께 박제해 만든 〈삼단화〉는 죽음과 아름다움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갖가지 진통제가 진열된 약장이나 주사기와 약을 다룬 '약국(Pharmacy)' 섹션에서는 인간의 몸과 고통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데미안 허스트의〈신의 사랑을 위하여-웃음〉/리안갤러리 제공
전시된 작품 중 다양한 색의 점을 그린 도트(Dot) 페인팅이나 물리력에 의한 스핀(Spin) 페인팅은 기계적인 화법에서 비롯된 건조한 세련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작품은 자체의 뛰어남이나 독창성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작품 가격이 비싼 작가의 작품이라는 데 의미가 부여된다.

《데미안 허스트》전은 리안갤러리가 진행하고 있는 거장전(巨匠展)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7년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백남준 전시를 가진 데 이어 올해 데미안 허스트전을 연 것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의 대형 갤러리들이 환율 문제로 해외 작가의 전시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지역 전시라서 더 눈길을 끌고 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데미안 허스트측이 홍보물에 쓰이는 이미지 하나하나까지 따져 포기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면서 "가장 상업적이라고 알려진 작가답게 상업적으로 쓰이는 작품 이미지에 철저한 점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전시는 4월 18일까지. 입장료는 성인 8000원, 학생 5000~ 6000원. (053)424-2203
실제 나비를 물감과 섞어 그린 데미안 허스트의 〈Zinganja〉/리안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