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3.23 05:58
제19회 이해랑연극상 수상자 정동환씨 인터뷰
나이 예순의 배우가 알몸 연기를 감행했다. 평단이 2008년의 수확으로 꼽은 연극 《고곤의 선물》. 이 복수극에서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 역을 맡은 정동환은 연습 때 "난 다 벗을 테니 너희들이 (무대미술과 연출로) 감춰라"라는 말로 각오를 다졌다. 그는 강렬한 연극성으로 진폭 큰 배역을 견뎌내며 묵직한 펀치력을 보여줬다.
제19회 이해랑연극상 수상 소식을 전했을 때 정동환은 '어이쿠, 어이쿠…' 신음을 토해냈다. 지난 19일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역대 수상자들이 대부분 전업에 가까웠던 연극인들이라서 나에겐 멀리 있는 줄로 여겼던 상"이라며 "감사하면서 반성하게 됐고, 긴장과 채찍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입 재수 시절 서울연극학교(드라마센터)에서 우연히 본 연극으로 열병에 빠진 소년은 중동고 1학년 때 전국남녀학생극경연대회에서 최우수연기상을 받고 인생의 항로를 정했다.
제19회 이해랑연극상 수상 소식을 전했을 때 정동환은 '어이쿠, 어이쿠…' 신음을 토해냈다. 지난 19일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역대 수상자들이 대부분 전업에 가까웠던 연극인들이라서 나에겐 멀리 있는 줄로 여겼던 상"이라며 "감사하면서 반성하게 됐고, 긴장과 채찍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입 재수 시절 서울연극학교(드라마센터)에서 우연히 본 연극으로 열병에 빠진 소년은 중동고 1학년 때 전국남녀학생극경연대회에서 최우수연기상을 받고 인생의 항로를 정했다.
데뷔작이랄 수 있는 유덕형 연출의 《낯선 사나이》(1969)에서 정동환은 한국 최초로 팬티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 외설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사 중심 연극은 물론 '움직임 연기'로 기본기를 다진 그는 《출세기》 《마의태자》 《하멸태자》 등을 통해 드라마센터를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정동환에게 연극은 종교다. "연극같이 살고 삶같이 연극하자"는 좌우명을 가진 정동환은 "후배들이 거울삼을 수 있는 배우가 내 삶의 목표였다"고 했다. 월남전에 자원한 것, 일본과 미국으로 훌쩍 떠나 막노동을 한 것 등 그의 특이한 이력에는 그 경험이 연기를 살찌울 것이라는 신념이 깔려 있었다.
1986년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연출가 이해랑과 만난 정동환의 기억에는 이해랑의 연출대본이 들어 있다. "깨알 같은 메모부터 떠오릅니다. 어떤 문장을 지우고, 올리고, 내리고…. 동선(動線)을 계산하면서 등장인물의 심리를 공간에 표현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몇 걸음 움직여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대사를 치라'고 지시하는 건 연출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내 편견이 깨졌지요." 이해랑은 정동환의 결혼식 주례를 맡기도 했다.
1986년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연출가 이해랑과 만난 정동환의 기억에는 이해랑의 연출대본이 들어 있다. "깨알 같은 메모부터 떠오릅니다. 어떤 문장을 지우고, 올리고, 내리고…. 동선(動線)을 계산하면서 등장인물의 심리를 공간에 표현하는 작업이었습니다. '몇 걸음 움직여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대사를 치라'고 지시하는 건 연출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내 편견이 깨졌지요." 이해랑은 정동환의 결혼식 주례를 맡기도 했다.
정동환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대중에 친숙한 배우다. 최근에는 악역도 많이 맡았다. "나쁜 배역이나 작은 배역은 없고 나쁜 배우, 작은 배우가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는 '한 해에 두세 편은 연극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는 "가족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했는데 이번 상이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동환은 최근 절망의 밑바닥을 체험했다. 어지럼증과 공포를 동반하는 공황장애가 그를 덮친 것이다. 재작년 봄 연극 《시련》 때는 급기야 공연장에서 쓰러졌다. "과부하로 인한 몸의 거부반응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더 연극을 할 수 있나' 자문해야 했지요."
그러나 그는 지난해 그 늪에서 벗어났다. 《레이디 맥베스》에서 찰흙과 밀가루 범벅을 뒤집어쓰며 극의 밀도를 높여줬고, 《침향》에서도 복수를 위해 낫을 가는 인물을 안정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정동환만큼 연극을 자주 보는 배우도 드물다. 그는 "답이 보이질 않고 도망치고 싶은 한계상황에 이르렀을 땐 많이 보는 것이 자극제이자 공부"라고 말했다. 연출가 한태숙은 "정동환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동력으로 쓰는, 모험을 즐기는 배우"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