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3.19 03:46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눈앞에서 샴페인이 터지고 왈츠를 출 때부터 비극은 예고된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연출 김낙형)에 등장하는 고교생들에겐 엘레나 선생님(길해연)에 대한 존경심이 손톱만큼도 없다. 졸업반인 그들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A학점. 마지막 수학 시험을 망치고 엘레나 선생님 집으로 직행한 이들 4명은 차츰 '짐승'으로 변해간다. '공격→방어→역공'의 사이클 속에서 어느 쪽이 승자(勝者)가 될지 감상하는 일만 남았다.
거친 에너지가 이 연극의 동력이다. 이야기는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임계점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폭주 기관차처럼 학생들은 내달린다. 출구를 막아서고, 전화선을 뽑아버리고, 괴성을 질러대고, 집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공갈 협박하고, 인질극을 벌일 시나리오까지 짠다.
이런 무대일수록 콘트라스트(contrast·대비)가 핵심이다. 등장인물들이 덩어리가 돼 어둠 속으로 돌진하는데 그 중 어느 한 명이 반짝일 때, 추락과 수직상승이 교차될 때 관객은 더 집중하게 된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그런 진폭으로 출렁이며 전진했다. 태풍에 눈이 있듯이 주먹질의 중심에는 고요해서 더 힘찬 시(詩)가 있었다.
학생들도 각자 논리가 있다. 빠샤(김종태)는 "도스토예프스키도 신은 받아들였지만 신의 세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즐겁기 때문에 악(惡)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이 과격한 '실험'을 지휘하는 외교관 지망생 발로자(김동현)의 비관주의, 알코올에 중독된 비짜(임기정)에게 향하는 동정심, 랄랴(송유현)가 꿈꾸는 달콤한 인생은 우리 아이들의 모자이크다. 그래서 더 송곳 같다.
거친 에너지가 이 연극의 동력이다. 이야기는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임계점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폭주 기관차처럼 학생들은 내달린다. 출구를 막아서고, 전화선을 뽑아버리고, 괴성을 질러대고, 집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공갈 협박하고, 인질극을 벌일 시나리오까지 짠다.
이런 무대일수록 콘트라스트(contrast·대비)가 핵심이다. 등장인물들이 덩어리가 돼 어둠 속으로 돌진하는데 그 중 어느 한 명이 반짝일 때, 추락과 수직상승이 교차될 때 관객은 더 집중하게 된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그런 진폭으로 출렁이며 전진했다. 태풍에 눈이 있듯이 주먹질의 중심에는 고요해서 더 힘찬 시(詩)가 있었다.
학생들도 각자 논리가 있다. 빠샤(김종태)는 "도스토예프스키도 신은 받아들였지만 신의 세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즐겁기 때문에 악(惡)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이 과격한 '실험'을 지휘하는 외교관 지망생 발로자(김동현)의 비관주의, 알코올에 중독된 비짜(임기정)에게 향하는 동정심, 랄랴(송유현)가 꿈꾸는 달콤한 인생은 우리 아이들의 모자이크다. 그래서 더 송곳 같다.
요즘 보기 드물게 인생에 대해 논하는 연극이다. 교사와 학생의 두 입장이 절절한 지점이 있어 학교들의 단체관람도 좋을 것 같다. 좌절하는 엘레나 길해연의 정서가 100% 전해지지 않는 게 흠이다. 마지막 반전이 더 묵직해지려면 공수(攻守)의 앙상블도 다듬을 필요가 있다.
러시아 극작가의 1980년 발표작이지만 대사의 힘은 30년 뒤 한국에도 통했다. "깊은 체험은 어떤 멜로디와 연관돼 있다"는 엘레나의 말처럼, 이 연극은 음악으로도 남을 것 같다. 비짜가 로이 오비슨의 〈In Dreams〉를 부를 때 관객도 꿈과 현실의 냉·온탕을 체험한다. "I close my eyes(난 눈을 감아요)…."
▶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744-7304
러시아 극작가의 1980년 발표작이지만 대사의 힘은 30년 뒤 한국에도 통했다. "깊은 체험은 어떤 멜로디와 연관돼 있다"는 엘레나의 말처럼, 이 연극은 음악으로도 남을 것 같다. 비짜가 로이 오비슨의 〈In Dreams〉를 부를 때 관객도 꿈과 현실의 냉·온탕을 체험한다. "I close my eyes(난 눈을 감아요)…."
▶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744-7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