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3.12 02:53
오페라 '마술 피리'
2막이 열리면 노란 양복에 노란 구두, 노란 넥타이와 노란 모자까지 온통 노란색의 물결이다. 당초 프리 메이슨의 입단 제의를 상징하던 장면은 뮤지컬이나 무언극(無言劇)의 한 대목으로 바뀐 것만 같다. 갈등을 매듭지을 때에도 등장인물들은 흰색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화해를 표현한다. 10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 피리》는 초록과 노랑, 파랑이 넘실대는 색채의 향연이었다.
이 오페라는 난삽하게까지 보이는 다양한 이야기의 곁가지 때문에 많은 연출가가 골머리를 앓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막상 막이 바뀌면 진실과 박애, 화해와 우정에 대해 교리를 설파한다. 우화(寓話)처럼 보이면 진지함을 잃기 쉽고, 진지하게만 가다 보면 재미를 놓치기 일쑤다.
이 오페라는 난삽하게까지 보이는 다양한 이야기의 곁가지 때문에 많은 연출가가 골머리를 앓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막상 막이 바뀌면 진실과 박애, 화해와 우정에 대해 교리를 설파한다. 우화(寓話)처럼 보이면 진지함을 잃기 쉽고, 진지하게만 가다 보면 재미를 놓치기 일쑤다.

국립오페라단의 무대를 맡은 연출가 마이크 애시먼은 이야기 자체를 재구성하기보다는 푸른 색을 주조(主潮)로 쓰면서 다채로운 색의 변화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한껏 강조했다. 대신 타미노 왕자는 마술 피리를 불지 않고, 합창은 때때로 무대 뒤의 목소리로 처리했다. 동화적 설정을 과감하게 덜어낸 덕분에 추상성이 높아진 만큼 보편성도 커졌다.
타미노 왕자가 파미나를 구하기 위해 온갖 시련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성악가들도 《마술 피리》를 부르기 위해선 고음과 저음의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첫날 시험에서는 타미노 왕자(테너 박성근)와 파미나(소프라노 이상은), 자라스트로(베이스 안균형)가 모두 시련을 무사 통과했다. 다만 초절(超絶) 기교의 콜로라투라 아리아로 유명한 〈지옥의 복수가 내 마음속에 불타오른다〉에서 밤의 여왕(소프라노 카타르지나 돈달스카)의 음정은 조금 아슬아슬했다.
요하네스 튜테르트가 지휘한 팀프(TIMF) 앙상블은 빠르고 단호한 박자 선택으로 청각적 쾌감을 더했지만, 반대로 속도가 느려지는 대목에서는 긴장이 함께 풀려나가기도 했다. 세 시녀를 포함해 몇몇 성악가들이 빠른 박자를 조금씩 놓칠 때는 조마조마함도 더불어 커졌다.
▶오페라 《마술 피리》, 15일까지 LG아트센터, (02)586-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