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정(鄭), 청소년들 위해 마이크를 잡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3.09 05:33

음악 공교육 정상화 취지

지난 6일 오전 서울·인천·경기도의 초·중학교 17개 곳에서 2600여 명이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를 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입시 교육으로 자꾸만 예능 수업이 축소되고, 그나마 점수를 위해 사설 학원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음악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서울시향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정명훈씨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시작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대개 연주회에선 엄숙한 침묵이 흐르지만,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서울시향 단원들이 무대에 입장하고 연주에 앞서 조율하는 모습까지 모든 과정이 해설과 함께 낱낱이 공개됐다. 현악 단원들은 아이들에게 친숙한 노래 〈우리 집에 왜 왔니〉를 돌림 노래처럼 연주해서 박수를 받았다. 플루트는 〈아를르의 여인〉, 클라리넷은 모차르트의 협주곡, 트롬본은 〈세헤라자데〉 등 악기의 특징을 한눈에 보여주는 '인기 곡'들을 들려주며 관객의 눈길을 잡아챘다. 1m80에 육박하는 덩치 큰 더블 베이스는 어린이들에게 단연 '인기 스타'였다.
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에 참가한 초·중학교 학생들이 정씨 주변에 몰려 사인을 부탁하고 있다./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평소 지휘봉을 잡던 지휘자 정명훈씨도 이날은 마이크부터 잡았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공부했는데, 이 곡을 처음 듣고서 지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우리 아들도 레코드판을 사서 100번 들었다고 하는데, 오늘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빰빰빰 빠~'로 시작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의 유명한 첫 주제가 나오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진다. 정씨와 서울시향은 교향곡의 1악장 주제를 짤막하게 나눠서 들려주면서 "혼자서도 음악은 아름답지만, 여럿이 함께 할 때 뜻이 생기고 힘도 커진다"고 해설했다.

이날 '운명'은 아이들 마음속의 문도 힘차게 두드렸을까. 지휘자 정씨는 "오늘 공연을 보고 편지를 보내주면 가장 잘 쓴 어린이에게 제가 직접 나무를 깎아서 만든 지휘봉을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객석에서는 "예!"하고 큰 함성이 터졌다.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는 오는 6월 19일, 8월 11일, 12월 29일 3차례 더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