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무(無)요일'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3.06 03:58

"월요일 출근 부담돼…" 연극·영화 관람 기피
저녁 공연 폐지 잇따라

5일 뮤지컬 '삼총사' 티켓을 예매하던 정모(여·32)씨는 눈을 의심했다. 객석 등급별로 주말보다 1만원씩 싼 주중가(週中價)가 적용되는 게 화~목요일 저녁공연과 금요일 낮공연, 그리고 일요일 저녁공연이었다. 정씨는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낮까지가 주말이라는 얘기라 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이달부터 일요일 6시 공연을 하지 않고 있다. 객석이 평일 저녁보다 더 비기 때문이다. '돌아서서 떠나라' '억울한 여자' '술집' 같은 대학로의 대중극들도 일요일에는 낮공연뿐이다. LG아트센터의 올해 기획공연 16편 중 일요일 저녁에 열리는 공연은 하나도 없다. 제작사 파임의 김의숙 대표는 "일요일 저녁 관객은 실종되다시피 했다"며 "10년 전 일반적이었던 일요일 오후 7시 공연이 요 몇 년 사이 오후 5·6시로 당겨지더니 이젠 없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연 관람뿐 아니라 가족 행사나 각종 모임도 '일요일 저녁'을 피하고 있다. 주 5일제로 변화된 생활패턴 때문이다. 시간 여유가 많아진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에 외출하고 일요일 저녁에는 집에서 쉬는 게 일반화된 것이다. 최혜실 경희대 교수는 "주 5일제로 평일의 노동 강도가 되레 세졌기 때문에 일요일 저녁은 다음 주를 준비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월요일에 피로를 더 느끼고 시무룩해지는 이른바 '월요 증후군(월요병)'을 일요일 저녁부터 느끼는 사람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전홍진 교수는 "상황이 닥치기도 전에 미리 초조해하는 일종의 '예기(豫期) 불안'인데, 주 5일제로 노동과 휴식의 간격이 커지면서 이런 사례가 느는 추세"라고 했다.
대형마트도 일요일 저녁에는 붐비지 않는다. 롯데마트 전국 63개 점포 중 매출 1위인 서울 잠실 월드점의 경우, 2007년 12월과 2008년 12월을 비교했더니 전체 고객은 늘어났는데 일요일 저녁(18~24시) 고객은 3.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 홍보팀 김민석씨는 "일요일 오전과 낮 시간 고객은 증가했다는 점에서 저녁을 피해 미리 쇼핑하려는 심리가 작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복합상영관 CGV도 일요일 관객은 감소세다. 2008년 관객 통계에 따르면 일요일 관객 비중은 24.2%(상반기)에서 23.4%(하반기)로 줄어들었다. CGV측은 "0.8% 차이지만 수십만명이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요일 저녁(오후 6~10시) 방송 3사의 TV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은 2006년 12.8%, 2007년 13.1%. 2008년 13.6%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