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있는 젊은 연주자에게 날개 달아주고 싶어"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3.06 04:05 | 수정 : 2009.03.06 08:14

'세종 솔로이스츠' 15주년
창단자·예술감독 강효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강효 교수는 줄리아드 음대에 이어 지난 2006년 예일대 교수로도 임용되면서‘두집 살림’을 하고 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15년 전 강효 미 줄리아드 음대 교수(바이올린)는 제자들을 보면서 이런 고민을 했다. "젊고 뛰어난 현악 연주자들이 그저 독주(獨奏)만 할 것이 아니라, 모여서 실내악을 함께 연주하면 어떨까."

그래서 1995년 한국 음악가를 주축으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20~30대 현악 연주자들을 끌어모았고,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서 실내악단 '세종 솔로이스츠'를 창단하고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동안 세계 100개 도시에서 350여 차례 연주회를 열 정도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악장 데이비드 챈(Chan)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유수의 오케스트라 악장만 6명을 배출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김현아(연세대), 비올리스트 김상진(연세대) 리처드 용재 오닐, 첼리스트 송영훈 등 신세대 스타 연주자들이 거쳐 가면서 '인재 양성소' 역할도 톡톡히 했다. 강 교수는 "실내악 앙상블 자체가 함께 연주한다는 뜻이기에 국적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젊은 연주자들이 이 악단을 발판으로 활짝 나래를 펴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고 말했다.

강효 교수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의 힘들었던 유학 생활 때문이기도 하다. 강 교수는 서울대 2학년에 재학하던 1964년, 서울시향과 협연하기 위해 내한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벌 세놉스키(Senofsky) 앞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었다. 세놉스키는 1955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적인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미국인 최초로 우승한 연주자다.

젊은 대학생 강효의 연주를 들은 세놉스키는 자신이 협연한 출연료를 손에 쥐여주고, 초청장과 미 대사관 신원 보증서까지 써주며 유학을 권유했다. 강 교수는 훗날 스승이 된 세놉스키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미국행(行)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2006년부터 예일대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는 강효 교수는 "얼마 전 집에서 서류 정리를 하다가 선생님이 써주었던 보증서를 우연히 발견하고 읽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분이 이국(異國)의 학생에게 아낌없는 배려를 베풀었듯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세종 솔로이스츠가 창단 15주년을 맞아 기념 음악회를 갖는다. 7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울산문화예술회관(10일), 포항 효자아트홀(11일), 대구문화예술회관(12일), 김해문화의전당(14일) 등에서 열린다. 강 교수는 "고국에 전화 한번 하려고 해도 신청한 뒤 며칠간 기다리며 외로움을 달래야 했던 40여 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줄리아드 예비학교에만 한국인 학생이 30%에 이를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