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3.05 03:02
"나와도 박수 하나 안 치네. (객석 박수) 옆구리 찔러 절 받는다. 징글맞아 못 살어~."
강준섭(76)의 등장은 이런 식이다. 초장부터 웃음으로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이 유랑 광대가 3년 만에 서울 무대에 오른다. 20일 서울 한국문화의집 코우스(250석)에서 개막하는 《유랑광대전》이다.
강준섭은 19세에 판에 나와 60년 가까이 떠돈 유랑 광대로,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다시래기 예능보유자다. 그는 병신춤의 공옥진과 한 시절 같이 공연한 적이 있다. 광주 양림동 다리 밑에서다. 공옥진은 무대를 떠났고 "이제 우리 시대의 토종 광대는 강준섭 한 명뿐"이라는 말도 있다.
강준섭(76)의 등장은 이런 식이다. 초장부터 웃음으로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이 유랑 광대가 3년 만에 서울 무대에 오른다. 20일 서울 한국문화의집 코우스(250석)에서 개막하는 《유랑광대전》이다.
강준섭은 19세에 판에 나와 60년 가까이 떠돈 유랑 광대로,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다시래기 예능보유자다. 그는 병신춤의 공옥진과 한 시절 같이 공연한 적이 있다. 광주 양림동 다리 밑에서다. 공옥진은 무대를 떠났고 "이제 우리 시대의 토종 광대는 강준섭 한 명뿐"이라는 말도 있다.

《유랑광대전》은 오채질굿으로 막이 열린다. 오채란 한 장단에 징을 다섯 번 친다는 뜻이고, 질굿은 길굿의 사투리다. 이 불균형의 행진 음악이 끝나면 곰방대 들고 강준섭이 나온다. 〈놀부전〉 중 마당쇠 글 가르치는 대목이다. 마당쇠 손태열(77)이 글 가르쳐주는 놀부를 그대로 흉내 내며 골탕을 먹인다.
두 번째 판은 소경(맹인)이 경문 읽는 대목. 강준섭이 북 짊어지고 지팡이와 꽹과리를 잡고 뒤뚱뒤뚱 등장한다. 눈과 입이 돌아가고, 볼을 바르르 떠는데 웃음을 참기 어렵다. 광대는 곰방대로 북을, 지팡이로 꽹과리를 두드리며 독경을 시작한다. 강준섭에겐 넋두리도 희극적 장치다. 3년 전 공연에서 그는 이 판을 끝내고 말했다. "박수 그만 치쇼. 내가 이래 생겼소. 진도서 여까지 와서 시방 앞으로 5일 남았는데 기가 맥히오…."
이어지는 〈빵파막〉은 "심봉사는 강준섭"이라는 평을 낳은 하이라이트다. 맹인잔치 가는 길에 뺑덕어미가 다른 봉사와 눈이 맞아 달아난다는 내용. 지팡이 두드리고 곰방대 휘저으며 퇴장할 때까지, 강준섭은 객석을 뒤집어 놓는다. 공연 시작 전 사회자는 "웃다가 탈장(脫腸)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김운태의 채상소고춤도 볼 수 있다.
▶20~31일 서울 한국문화의집 코우스. 표값 5000원. (02)567-8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