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3.04 08:33

[OSEN=박희진 기자] 개개인의 ‘공간’ 속에서 공동의 ‘어울림’을 향해 공간조성에 끝없이 물음표를 붙이는 이가 있다. 자신의 색깔을 공간에 부여해 ‘하나 됨’을 만들어내는, 공간연출의 디자인을 모색하는 노력이다. 커다란 환경 속에서 결코 쉽지 않은 공존의 과정이지만 함께하는 소통의 생각과 움직임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커다란 힘이 된다.
자신의 색을 공간에 물들이는 것이 아닌, 존재하는 공간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공간환경디자이너 전재현 작가(45, 상명대학교 산업디자인전공 부교수)를 만났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일상에 오브제들의 활용 영역을 확장시키는 재주가 기발하다. 그의 작품에는 늘 ‘공간의 미’를 살려내는, 짙게 색깔이 묻어나는 오브제가 있다.
‘어울림’을 향한 공간조성, ‘공간의 미’를 살려내는 작업들
전재현 작가는 어둡고 건조한 도시를 화려하게 치장하는 걸 즐기는 전문가다. 성남시에서 주최한 판교신도시 국제아트펜스디자인(Art-Fence Design)초대전에도 참여한 바 있는 그는 이외에도 충남천안의 아파트 외벽을 디자인하거나 상명대학교 천안 캠퍼스 내 환경조형물을 설치하고 성남시 상대원시장 외벽에 색감을 입히는 등 그의 작품은 도시 곳곳에 아름다움과 아이디어로 남아있다.
전 작가의 작품 속에는 드로잉과 건축, 색감과 영상, 공간의 드라마까지, 사람과 사물을 막론하고 공간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디어는 모조리 끌어들여 유쾌한 상상으로 현실에서 재현된다.
“건물의 외벽을 디자인하고 공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더 작품화하기 위한 시도를 했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선 건물들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은 공간을 하나로 만드는 일입니다. 각각의 공간 이미지를 살려 전체 환경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 작가가 시도하는 작은 움직임은 변화를 이끌어 내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공간과 공간을 잇는 환경설치물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공간프로젝트는 일상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시각과 표현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다.
예술로 승화되는 ‘공간’의 어울림
“일반적으로 산업디자인은 전시라는 것이 없어요. 공간 디자인이나 환경설치물을 디자인 하는 것도 전시가 쉽지는 않기 때문에 공간을 디자인한 작품을 전시할 수 있을 까도 생각해봤어요. 그래서 영상을 활용했습니다.”
지난 2월 5일 일본 도쿄 시오도매 미디어 타운 내 ‘뉴스아트 갤러리워크(NewsArt Gallerywalk)’에서 9일까지 5일 간, ‘헤이리, 그 공간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ヘイリ, その空間の美のために)’ 라는 주제로 28점의 아트펜스 사진전시를 열었다. 이 전시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헤이리 마을’을 알리고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는 공간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 전 작가의 작업은 일본전시가 끝난 지금도 공간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작업의 연상선 상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공간과 미술을 접목시킨 설치작업의 시도는 환경의 변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작품을 감상하거나 소재를 찾기 위해서 일본을 종종 가요. 일본을 오가며 알게 된 분의 추천으로 전시를 하게 됐는데 국내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했죠. 국외에서 한국의 공간을 보일 수 있는 전시라고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한국에 어떤 공간을 해외에 알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파주의 ‘헤이리 마을’을 떠올리게 됐죠. ‘헤이리’는 외국의 건축-도시 전문가, 문화예술인들에게 주목받는 곳이어서 그 공간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는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곧 한국이 공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한국의 공간은 예술인들의 마을 ‘헤이리’ 였다. ‘헤이리’는 세계적으로 도시-건축의 실험적인 기획 프로그램들이 큰 관심을 모았던 공간이기도 했다. ‘아사히신문’과 ‘New York Times’, ‘Financial Times’ 등 세계유수의 신문들과 ‘Architectural Record’ 등 세계의 주요 건축 잡지들이 크게 보도하기도 했던 곳이다. 게다가 일본은 유난히 ‘헤이리 마을’에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일본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에 겐자부로 작가를 비롯해서 일본의 많은 문인들과 예술가들, 건축가나 예술기획자들이 ‘헤이리’를 다녀갔다고 합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헤이리’가 데이트 장소나 가족들이 나들이하는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일본에서는 ‘헤이리’를 ‘한국에서 방문해야 할 공간’으로 소개하고 귀빈들을 모시고 한국을 방문할 때 ‘헤이리’로 빼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헤이리’는 세계가 더 많이 주목하는 세계적인 예술인의 마을인 겁니다.”
‘헤이리, 그 공간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한국의 ‘헤이리’를 알리다
전 작가는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국외 전시에서 자신의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할 공간을 ‘헤이리’로 선택한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총체적 문화예술공간인 '헤이리'의 환경적인 조율성을 높이고 구조건물과 주변도로 등 공간구성의 다양한상황을 재구성해 그만의 아트펜스 디자인을 작가적 측면에서 제안해 본 전시였다. 그래서 이 전시의 제목도 ‘헤이리 그 공간의 아름다움을 위하여’로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헤이리’는 아름다운 공간을 갖고 있습니다. 공간 하나하나가 살아있죠. 저는 아름다운 그 공간의 매력을 더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각각의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려고 했는데 그건 ‘헤이리 마을’의 예술을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헤이리 마을’의 하나 됨을 작품을 통해 표현했다. 그의 작업은 공간을 조성하고 환경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현실의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공간미학의 작품은 영상으로 전시될 수 있었다.
“한국의 환경과 공간을 직접 들고 가서 국외에서 전시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전시의 한계인 거죠. 설치물을 들고 가서 전시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영상을 활용했어요. 헤이리가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공간을 사진으로 찍고 그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지점에 극단적인 색감의 대비를 통해 작품을 삽입하는 형식이죠. 작품은 사진 두 장으로 표현돼요. 헤이리가 갖고 있는 환경적인 공간을 표현한 흑백의 전체사진과 색감, 형태로 공간의 변화를 시도한 제 작품이 접사사진을 통해 자세히 제시되죠. 두 공간을 비교할 수 있는 전시로 사람들은 한국의 ‘헤이리’를 느끼면서도 제 작품 속에 ‘헤이리’ 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영상으로 표현되는 ‘공간’의 분리, 시각적 이미지화 하는 작업
영상 속 두 공간은 각각 따로 같은 공간을 다르게 표현됐다. 단순한 색상으로 표현된 공간의 아트펜스는 천천히 다가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아트펜스의 공간을 둘러보는 일본 관람객은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된 ‘헤이리’를 상상의 공간으로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에 사용되는 펜스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공사현장을 가리기 위한 공간분리의 역할을 하는 거지만 작품화된 아트펜스는 공간을 조성하는 역할로 만들었습니다. 펜스를 건축물의 구조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조성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전 작가가 전시한 일본의 갤러리는 꾸준히 ‘공공을 위한’ 전시를 선보이던 문화적 공간이었다. 그래서 공간의 의미를 중요시하고 공간의 어울림으로 ‘공공의 공간’을 만들어가려는 전 작가의 작품은 의미 있는 공간에서 더욱 빛났다.
“내 나라가 아닌 국외, 그것도 일본에서 한국을 보여주는 전시를 하기는 쉽지 않죠. 어떤 전시든 어려움은 따르겠지만 이번 전시는 갤러리 자체에서 고집하는 ‘공공의 문화’라는 강한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헤이리’라는 공간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또 다시 헤이리의 아름다운 공간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더 잘해보고 싶은 아쉬움도 남았던 전시였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한국의 한 모습을 외국에 알렸다는 것이 좋았구요. 일본인들이 관심을 갖고 작품을 보는 진지함에 작은 보람도 느꼈습니다.”
‘헤이리, 그 공간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ヘイリ, その空間の美のために)’ 라는 그의 전시는 공간이 중심이 된 그의 영상 속에 또 다른 공간이라는 소리 없는 한국의 오브제와 언어, 소리와 빛을 복합적 문화로 이끌어내어 드러낸다. 하나의 공간구성 작품이 되어 그 작업과 공간을 담은 영상은 낯선 이들에게 또 하나의 한국문화로 알려졌다. 일상의 사소한 부분들을 예리하게 잡아내 공간을 업그레이드하는 전재현 작가의 생각이 담긴 작품들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공간이 된다.
jin@osen.co.kr
<사진> 디자이너 전재현(위)과 ‘헤이리, 그 공간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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